"금융인 보다 착한 골목사장이 더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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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성공·실패기 책 펴낸 강도현 작가
홍대앞에서 까페를 운영하며 ‘망한’ 이야기를 토대로 자영업의 현실을 낱낱이 드러내 보인 것이다.
홍대 앞에서 ‘V 까페’의 운영자를 맡았던 강 작가는 카드사 VIP 고객에서 하루 아침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참담한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결국 가게를 처분해 손실을 일부 채웠지만 다시 같은 이름의 까페를 동교동 삼거리에 열어 사업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V 까페는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며 까페 안에 세미나실을 갖추고 수시로 강연이나 저자와의 대화를 여는 문화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공정무역 커피란 제3세계의 가난한 커피 재배농가에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사온 커피를 의미한다.
“사실 우리 까페는 ‘착한 소비’ 운동을 위해 마음맞는 사람들이 함께 만든 곳입니다. 하나의 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기도 하죠”
파생상품 거래 금융재자(才子), ‘착한 소비’ 까페 참여
강 작가는 수학과를 졸업한 뒤 해군사관학교에서 통역장교로 3년간 복무했다. 제대 후인 2005년부터는 삼일회계법인에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하는 컨설팅 업무를 맡아 2년 반가량 근무했다.
이후에는 파생상품 거래 전문회사에서 옵션 등의 거래업무를 맡아 일을 했다. 금융회사를 다니는 재자(才子)였지만 강 작가는 선배들의 권유로 그간의 인생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대 여섯명의 선배님들과 함께 이 공간을 만들게 됐어요. 선배님들이 좋은 사회적 가치가 퍼져나가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까페를 만드는데 동참한 거죠. 처음에는 투자자로 참여했었습니다”
강 작가의 선배들은 ‘복음과 상황’이라는 진보적인 기독교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문화공간이면서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는 ‘착한 소비’ 운동을 취지로 하는 까페를 만들자는데 의기투합한 것이다.
6명의 투자자들이 모여 자본금 1억5000만원을 모아 2009년 홍대 앞에서 까페를 열 때만 해도 포부가 컸다. 하지만 홍대 앞에서 까페를 운영하는 것은 이들의 뜻과 달리 어려움이 많았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울린 상황이 이들에게도 똑같이 벌어졌다. 매출은 생각보다 빨리 오르지 않는데 임대료는 계속해서 지불해야 했다. 게다가 홍대 앞은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홍대 앞은 목이 좋다고 하지만 그만큼 임대료도 비쌌습니다. 그 임대료를 넘어서는 기획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걸 몰랐던 거죠”
높은 임대료와 비싼 권리금 등은 강 작가와 동료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던 일이다. 게다가 자금을 사용하는 비용도 너무 컸다.
1년간 계속해서 상황이 악화되자 투자자였던 강 작가가 결국 까페 운영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강 작가는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일은 장중에만 일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았던 터였다. 회계법인 출신이라 일반적인 경영에 대한 지식도 있어서 투자자들의 지지로 일을 맡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것과 현장에서 경영을 직접 해나가는 일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마침 강 작가가 주로 하는 일도 금융기관에 대한 컨설팅이었다.
그는 “책임자로서 까페를 운영해 나간다는 것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명사 강연 등 다양한 기획 불구, 적자로 신용불량자 돼
강 작가는 까페를 운영하면서 문화공간의 기획자로서 역할도 함께 했다. 좋은 사회적 가치가 퍼져나가는 문화공간이라는 까페의 취지를 살리면서 까페가 생존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하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놓고 일을 했다.
2010년에는 아직 서울시장이 되기 전인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메일을 보내 까페의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 분이랑 제가 아는 사이가 아니었거든요. 트위터로 ‘강연 한번 와주시라’고 청을 드렸더니 자세한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기를 원하셨어요. 설명을 보내드렸더니 연구원들과 함께 까페에 와서 좋은 강연을 해주셨어요”
강연과 저자와의 대화 등을 통해 까페의 취지도 알리고 손님도 늘리려는 시도는 그러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속적인 적자를 카드 빚으로 메우다 강 작가는 결국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카드사 VIP 고객에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계속해서 적자가 나면서 결국 손실이 2억원 가량 발생했습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죠”
자본금 모두가 손실로 날아간 상황에서 강 작가와 ‘착한 소비’ 운동을 함께 하는 이들의 꿈도 거기까진가 보다 했다.
강 작가는 “그동안 했던 일이 너무 안타까웠다”는 한 마디로 심경을 표현했다. 까페가 실패해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 보다 자신들이 확신을 갖고 추진하던 ‘좋은 사회적 가치를 나누는 공간’이 실패했다는 사실이 더 많이 안타까웠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한마디였다.
동교동 삼거리에서 새로운 출발 시작
하지만 운영상 어려움이 있었다고 ‘착한 소비’와 같은 좋은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었다. 좋은 취지를 실현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목표를 거둬들이지 않은 탓이다.
강 작가와 까페 투자자들의 결론은 결국 임대료가 비싼 홍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 작가는 지난해 동교동 삼거리에 있는 지금의 자리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까페를 옮기면서 받은 보증금은 그간의 빚을 갚는데 쓰였다. 원래 있던 까페 주인이 취지에 공감해 장소를 옮겨 이곳에서 시작하자는 제안을 해 다시 ‘착한 소비’운동이 지속되게 됐다.
위치를 옮기면서 이전에 비해 까페 경영상황은 많이 개선됐다. 또 까페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강연과 저자와의 대화를 넘어서서 다양한 기획을 시작했다. 강 작가는 “데이트 잘하는 법, 결혼이란 걸 어떻게 볼까 등을 주제로 강연을 열기도 했다. 좋은 의미로 일일까페를 하는 분들과 공동으로 기획하고 공간을 대여하는 일도 한다”고 말했다.
홍대 앞에서 2년 반동안 V 까페를 운영하고 2012년 동교동 삼거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까지 강 작가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파생상품 투자회사를 다니던 강 작가는 그 새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해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또 그간의 경험을 비춰 ‘골목사장 분투기’ 를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좋은 사회적 취지를 살리면서 잘 운영되는 사회적 까페들의 사례를 모은 ‘착해도 망하지 않아’라는 책도 썼다. 까페 실패의 경험을 살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다.
강 작가는 “좋은 사회적 취지를 살리면서 까페도 잘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V 까페의 활동에 확신을 보였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홍대앞에서 까페를 운영하며 ‘망한’ 이야기를 토대로 자영업의 현실을 낱낱이 드러내 보인 것이다.
홍대 앞에서 ‘V 까페’의 운영자를 맡았던 강 작가는 카드사 VIP 고객에서 하루 아침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참담한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결국 가게를 처분해 손실을 일부 채웠지만 다시 같은 이름의 까페를 동교동 삼거리에 열어 사업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V 까페는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며 까페 안에 세미나실을 갖추고 수시로 강연이나 저자와의 대화를 여는 문화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공정무역 커피란 제3세계의 가난한 커피 재배농가에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사온 커피를 의미한다.
“사실 우리 까페는 ‘착한 소비’ 운동을 위해 마음맞는 사람들이 함께 만든 곳입니다. 하나의 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기도 하죠”
파생상품 거래 금융재자(才子), ‘착한 소비’ 까페 참여
강 작가는 수학과를 졸업한 뒤 해군사관학교에서 통역장교로 3년간 복무했다. 제대 후인 2005년부터는 삼일회계법인에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하는 컨설팅 업무를 맡아 2년 반가량 근무했다.
이후에는 파생상품 거래 전문회사에서 옵션 등의 거래업무를 맡아 일을 했다. 금융회사를 다니는 재자(才子)였지만 강 작가는 선배들의 권유로 그간의 인생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대 여섯명의 선배님들과 함께 이 공간을 만들게 됐어요. 선배님들이 좋은 사회적 가치가 퍼져나가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까페를 만드는데 동참한 거죠. 처음에는 투자자로 참여했었습니다”
강 작가의 선배들은 ‘복음과 상황’이라는 진보적인 기독교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문화공간이면서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는 ‘착한 소비’ 운동을 취지로 하는 까페를 만들자는데 의기투합한 것이다.
6명의 투자자들이 모여 자본금 1억5000만원을 모아 2009년 홍대 앞에서 까페를 열 때만 해도 포부가 컸다. 하지만 홍대 앞에서 까페를 운영하는 것은 이들의 뜻과 달리 어려움이 많았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울린 상황이 이들에게도 똑같이 벌어졌다. 매출은 생각보다 빨리 오르지 않는데 임대료는 계속해서 지불해야 했다. 게다가 홍대 앞은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홍대 앞은 목이 좋다고 하지만 그만큼 임대료도 비쌌습니다. 그 임대료를 넘어서는 기획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걸 몰랐던 거죠”
높은 임대료와 비싼 권리금 등은 강 작가와 동료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던 일이다. 게다가 자금을 사용하는 비용도 너무 컸다.
1년간 계속해서 상황이 악화되자 투자자였던 강 작가가 결국 까페 운영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강 작가는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일은 장중에만 일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았던 터였다. 회계법인 출신이라 일반적인 경영에 대한 지식도 있어서 투자자들의 지지로 일을 맡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것과 현장에서 경영을 직접 해나가는 일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마침 강 작가가 주로 하는 일도 금융기관에 대한 컨설팅이었다.
그는 “책임자로서 까페를 운영해 나간다는 것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명사 강연 등 다양한 기획 불구, 적자로 신용불량자 돼
강 작가는 까페를 운영하면서 문화공간의 기획자로서 역할도 함께 했다. 좋은 사회적 가치가 퍼져나가는 문화공간이라는 까페의 취지를 살리면서 까페가 생존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하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놓고 일을 했다.
2010년에는 아직 서울시장이 되기 전인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메일을 보내 까페의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 분이랑 제가 아는 사이가 아니었거든요. 트위터로 ‘강연 한번 와주시라’고 청을 드렸더니 자세한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기를 원하셨어요. 설명을 보내드렸더니 연구원들과 함께 까페에 와서 좋은 강연을 해주셨어요”
강연과 저자와의 대화 등을 통해 까페의 취지도 알리고 손님도 늘리려는 시도는 그러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속적인 적자를 카드 빚으로 메우다 강 작가는 결국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카드사 VIP 고객에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계속해서 적자가 나면서 결국 손실이 2억원 가량 발생했습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죠”
자본금 모두가 손실로 날아간 상황에서 강 작가와 ‘착한 소비’ 운동을 함께 하는 이들의 꿈도 거기까진가 보다 했다.
강 작가는 “그동안 했던 일이 너무 안타까웠다”는 한 마디로 심경을 표현했다. 까페가 실패해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 보다 자신들이 확신을 갖고 추진하던 ‘좋은 사회적 가치를 나누는 공간’이 실패했다는 사실이 더 많이 안타까웠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한마디였다.
동교동 삼거리에서 새로운 출발 시작
하지만 운영상 어려움이 있었다고 ‘착한 소비’와 같은 좋은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었다. 좋은 취지를 실현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목표를 거둬들이지 않은 탓이다.
강 작가와 까페 투자자들의 결론은 결국 임대료가 비싼 홍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 작가는 지난해 동교동 삼거리에 있는 지금의 자리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까페를 옮기면서 받은 보증금은 그간의 빚을 갚는데 쓰였다. 원래 있던 까페 주인이 취지에 공감해 장소를 옮겨 이곳에서 시작하자는 제안을 해 다시 ‘착한 소비’운동이 지속되게 됐다.
위치를 옮기면서 이전에 비해 까페 경영상황은 많이 개선됐다. 또 까페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강연과 저자와의 대화를 넘어서서 다양한 기획을 시작했다. 강 작가는 “데이트 잘하는 법, 결혼이란 걸 어떻게 볼까 등을 주제로 강연을 열기도 했다. 좋은 의미로 일일까페를 하는 분들과 공동으로 기획하고 공간을 대여하는 일도 한다”고 말했다.
홍대 앞에서 2년 반동안 V 까페를 운영하고 2012년 동교동 삼거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까지 강 작가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파생상품 투자회사를 다니던 강 작가는 그 새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해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또 그간의 경험을 비춰 ‘골목사장 분투기’ 를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좋은 사회적 취지를 살리면서 잘 운영되는 사회적 까페들의 사례를 모은 ‘착해도 망하지 않아’라는 책도 썼다. 까페 실패의 경험을 살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다.
강 작가는 “좋은 사회적 취지를 살리면서 까페도 잘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V 까페의 활동에 확신을 보였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