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동조여래입상과 금동관음보살좌상 등 국보급 불상 두 점을 훔쳐 국내로 들여와 팔려던 일당이 붙잡혔다. 국내 반입 과정에서 부산항 문화재 감정 전문가들이 ‘위작’이라고 잘못 감정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29일 경찰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8일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시 가이진 신사와 관음사에서 보관 중이던 불상 두 점을 훔쳐 국내에서 판매하려 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로 김모씨(69)를 구속하고 장모씨(52)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신사 창고 기와를 들어내고 구멍을 낸 뒤 침입해 불상을 들고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절도 당일 바로 후쿠오카발 부산행 여객선을 타고 불상을 반입했다.

세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께 부산항에 입항한 김씨는 불상을 가방에 넣은 채 X레이 검색대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세관은 철제 불상을 적발해 김씨를 휴대물품 검사 대상자로 분류했다. 세관은 곧 부산국제여객부두 내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감정관실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위작’이라고 판정났다.

부산세관의 한 관계자는 “부산항 문화재감정관실에서 두 불상을 ‘100년이 안 된 위조 골동품’이라고 판정해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 반입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가짜’ 골동품이 도난당한 국보급 문화재로 판명된 것은 사건 발생 2개월여 뒤. 일본 정부가 불상 도난 사실을 우리 정부에 알려오면서다. 문화재청과 경찰은 뒤늦게 불상의 부산항 반입 과정을 확인하고 절도단 추적에 나서 이들을 검거했다. 동조여래입상은 통일신라시대 때,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고려시대 말기에 제작된 불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조여래입상은 일본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1974년 감정액이 약 1억엔이었다. 문화재청은 불상 두 점을 회수해 국내에서 강탈됐는지 감식 중이다. 이 불상들이 애초 불법적인 방법으로 일본에 반출됐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문화재보호법과 국제협약에 따라 일본 측이 반환을 요청할 경우 돌려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