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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교육방송에서 1997년부터 일본어 강좌 진행 및 교재 집필해 왔으며 일본 NHK TV 한국어 강사로 활동한 송귀영(단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교수에게 ‘일본’이란 국가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일본을 규정할 때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뭘까.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의미와 역사 ‧ 경제 ‧ 정치 ‧ 문화 등에서 느끼는 괴리감 혹은 이질감을 집약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학자이자 일본고전을 전문으로 하는 송귀영 교수는 그야말로 피부로 직접 일본을 접한 인물이며, 그들이 느끼는 ‘한국’과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에 관한 오해 또는 오류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교육자의 시선으로 본 송귀영 교수의 ‘일본’은 어떤 곳일까를 묻는 말에, “ 시대상황에 따라, 각 세대마다 다른 견해와 역사적 시각이 있겠지만, 학문적인 면에서 본다면, 우선 보유하고 있는 자료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사상과 이념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문헌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자연스레 이어줄 수 있다. 또한 학문은 그 자체로 독립되어 있으며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그러한 분위기가 그들에게 노벨상의 영광을 여럿 안겨다 준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라면서 말문을 연다.

‘우리는 일본을 잘 안다고 여기고 있으나, 사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일본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않다. 일본의 인구는 1억2천7백만 명, 면적 377,899㎢, 그러나 일본에 대한 인상은, ‘조그만 섬나라’ ‘교과서 왜곡’ ‘역사적 감정’ 등이 대부분이다. 이는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다고 하는 나라에 대해 사실 잘 모르고 있다는 것 아닐까? 아니 어쩌면 우리의 인구4500만과 우리의 국토가 10.42㎢라는 것부터 모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하면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단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 학생들 34명이 장충식 명예총장님의 후원으로 각자의 테마를 가지고 일본을 실제로 경험했다.

일본은 ‘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조그만 섬나라’, ‘우리와 매우 비슷한 나라’라고만 생각했던 학생들이, 일본에는 실제로 해안선 길이가 100m 이상되는 섬이 6800개가 넘게 있으며, 국토의 면적은 남한의 30배를 넘고 인구는 남한의 두배를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적잖이 놀라는 표정이었다. (남한의 섬 3200여개).

통상 말하는 4개의 섬이란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큐슈의 큰 덩어리를 일컫는 것인데, 홋카이도 하나가 우리 남한 전체와 맞먹는 넓이다. “과거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되지만, 미래의 세대들은 지금과는 한 차원 다른 역사관과 세계관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일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강조하는 장 명예총장님의 남다른 한일관계 의식이 작은 배낭 하나를 메고 외지로 출발하는 학생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 주었다.

송귀영 교수는 학생들이 개별 테마를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실행의 마무리 작업까지 한 사람 한 사람 지도하고 그 내용을 모아 “신세대가 본 테마가 있는 일본기행 -큐슈에서 홋카이도까지-(단국대학교 출판부 편)”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역을 수 있었던 것을 큰 보람으로 이야기한다.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해외여행 중 일본이 수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다녀오지만, 이 책의 내용은 여늬 관광 안내와는 달리, 대학생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본 체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바른 일본 이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적 관계는 멀게는 부족국가 시대부터 삼국시대-발해-통일신라-고려-조선시대-근대 개화시기를 거치며 밀접하고 중요한 관계를 형성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인 사항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고 말하면서, 젊은이들의 열정과 시간이 우리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아는 일에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송교수가 소개하는 책 표지에는 “韓国の神話・伝説"이라고 일본어로 적혀 있다. 단국대학교 출판부에서 간행한 "한국의 신화와 전설"을 송교수가 번역하여 일본의 도호쇼텐(東方書店)에서 출판한 책이다. 내용을 보니 우리의 건국신화와 고사, 전설, 민화, 구전신화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만들 때 무척 고생했어요. 우리말 자체가 옛말이라 어려운데, 그것을 또 어감이나 의미가 그대로 살아 있는 일본어로 바꾸는 작업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책들은 잘 팔리는 책도 아니구요. 하지만 그 작업의 의미와 필요성을 고집하면서 마무리한 탓에, 지금은 일본의 대학도서관이나 웬만한 규모의 공사립 도서관에 이 책이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도호쇼텐과 같이 일본에는 학술적 의미가 있는 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출판사가 여럿 있어요. 우리로서는 부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죠"라고 하면서, 일본을 바로 알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를 바로 알리고 이해시키는 일과 직결된다고 힘주어 말하는 송교수.

"잘못된 역사의식이나 교과서 왜곡 문제도, 정치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보면, 결국 그들이 우리를 잘 모르기 때문인 거죠. 모르는 걸 왜 그러냐 따지기만 할 것이 아니라, 바르게 알려줘야 하는데 그건 우리들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우리를 고 있어야 하고, 상대방에 대해서도 바르게 알고 있어야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발전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을 바르게 알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것이 우리를 그들에게 바르게 알릴 수 있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송교수가 일본NHK 교육TV 한국어 강좌에 출현한 것은 1984년, 일본에서 한국어 교육이 공중파를 타게 된 첫 해이다. 다른 언어들은 모두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과 같이 불리는데, 그 당시만 해도 아직 '한국어'로 해야 할지 '조선어'로 해야 할지 하는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생뚱맞은 "안녕하십니까?"로 강좌명이 정해졌는데, 거의 30년, 말 그대로 한 세대가 지난 요즘은 일본에서도 한국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나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나라라는 인식이 많아지게 된 것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한류드라마와 K-pop 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 세대 전, 지구 상에 한국은 어디쯤 위치하는지, 한국에서도 쌀을 먹는지, 한국에도 시원한 배가 있는지를 묻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던 그 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NHK의 연말 홍합노래대결전에도 초대받을 정도였던 조용필 같은 분이 한국어 방송에서 무보수로 우리말 노래를 불러주었는데, 그러한 숨은 미담들이 쌓여 오늘의 한류 붐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 유학시절 에피소드로 잊혀 지지 않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하루는 폭설이 내려 대학원생들이 대부분 지각을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일찍 도착해 반듯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수 없는 많은 자연 재해 속에서 생활하는 그들의 생활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게을러지기는 커녕, 잦은 지진은 진도 8~9까지 견디는 건춗기술을, 긴 장마와 높은 습도는 쉽게 찢어지거나 색이 바래는 일 없는 질좋은 종이와 책을 만드는 장정기술로 극복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결코 젖은 외투와 젖은 신발 그대로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서는 학생을 본 적이 없다. 눈쌓인 길을 언제 걸어왔냐는 듯이 말끔한 모습으로 들어서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가 그들보다 무엇이 부족한가를 깊이 느꼈다. 이 이야기를 가끔 학생들에게 들려주는데, 학문은 단순히 머리로 알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뼈속부터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스승의 날이 존재하지만 ‘스스로 존경받은 스승’ ‘스스로 스승을 존경하는 제자’가 적다는 말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의 입장에서 바라는 점에 관해 송귀영 교수는 “국제화 시대 ‧ 글로벌 시대라고 ‘영어’에만 치우친 교육만 강조되는 것이 안타깝다. 심지어는 일본어 전공수업을 영어로 강의해야 하는 경우까지 있다. 폭넓은 사고를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자기 꿈을 펼치고자 고민해야 할 젊은 학생들이 취직이 안됐다고 풀죽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최근에는 졸업 전에 취직이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어서 점수와 스펙 쌓기에 유난히 민감해진 분위기를 환기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사회, 보다 넓고 깊이 있는 교육으로, 세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각자 젊음의 가능성으로 그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반드시 알려 주고 싶다”라고 말하며 한일관계의 발전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