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정부의 국방비 지출이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는 예상외로 호조를 보여 전반적으로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30일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1.1%)를 하회하는 것은 물론 3분기 3.1% 성장률과 비교해 대폭 악화됐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분기 이후 3년 반 만이다.

지난해 4분기에 22.2% 줄어든 국방비가 부담을 줬다. 기업들의 재고도 줄었다. 니겔 걸트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국방비 지출과 재고투자 감소로 GDP 성장률이 2%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0.1%’ 결과만 놓고 보면 비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론 긍정적인 대목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소비지출이 전분기 대비 2.2% 증가한데다 기업 설비투자도 8.4% 늘었기 때문. 특히 설비투자의 핵심지표인 장비와 소프트웨어 부문 투자는 12.4%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가 올 1분기에 바로 플러스 성장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칼 리카도나 도이체증권 수석연구원은 “전체 성장률 수치만 보면 미국의 경제 성장세를 오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며 “올 들어 경제는 안정되고 있으며 일부 리스크가 있지만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