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일본 백화점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됩니다. 향후 백화점의 경쟁자는 놀이공원입니다.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에버랜드, 프로야구장처럼 즐길 수 있는 곳이 돼야 합니다.”

장재영 신세계 대표는 최근 서울 충무로 신세계 본사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 BIZ Insigh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백화점들처럼 흘러가면 한국 백화점들도 몰락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일본 백화점 매출은 1998년 이후 작년까지 15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신세계의 전신은 1930년 세워진 일본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점이다. 미쓰코시백화점은 어려운 업황을 견디지 못하고 2008년 일본 이세탄백화점에 합병됐다. 일본 도쿄의 미쓰코시 신주쿠점은 지난해 말 문을 닫고, 건물 전체가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으로 바뀌었다.

일본 백화점들의 침체는 더 이상 ‘바다 건너 일’이 아니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에 따르면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하며 승승장구하던 국내 백화점 시장 규모는 지난해 4.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구소는 올해도 백화점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장 대표는 “신세계는 도심형 백화점보다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교외형 복합 쇼핑몰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 6조원 수준이던 신세계는 경기도 하남·삼송·안성 등에 복합쇼핑몰이 연달아 문을 여는 2016년 매출 10조원을 돌파하고, 2020년엔 1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11월30일 대표를 맡은 이후 두 달 동안 새로운 시도가 많았습니다.

“저는 20년 넘게 마케팅 분야에 있었습니다. 매출과 효율을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종이 전단은 효과에 비해 자원 낭비가 심해 없앴습니다.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는 흐름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올 들어 직접우편(DM)을 단계적으로 모바일로 전환하고, ‘스마트 오더’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신년 산행이나 점포별로 개점일을 기념하는 행사 같은 ‘보여주기’ 식의 이벤트도 없앴습니다. 업(業)의 본질, 고객 서비스와 관련이 없는 것들은 과감히 벗어던지자는 생각입니다.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 등을 효율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입니다.”

▷올해는 백화점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어떤 식으로 헤쳐나갈 계획입니까.

“성장 정체는 신세계뿐 아니라 백화점 업계 전체의 고민입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2~3시간 신문을 꼼꼼하게 읽었지만, 대표가 되고 나서는 너무 바빠서 신문 한 페이지 넘기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조직 전체가 어렵고 중요한 시기입니다. 저는 임직원들에게 ‘올해부터 3년이 신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합니다. 2016년에 동대구점을 비롯해 하남, 삼송 등에 복합쇼핑몰이 문을 여는데 그때까지 내실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3년을 잘 견디면 2016년, 2017년에는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백화점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 백화점이 시사하는 부분이 많을 텐데요.

“지난주에 일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일본 백화점들은 약 20년째 후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잡지 못한 결과죠. 일본 백화점들은 공간의 95%를 쇼핑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은 전체 공간의 35%를 서비스 공간으로 할애했습니다. 앞으로는 놀이공원이 백화점의 경쟁자입니다. 고객의 시간과 경험을 두고 점유율 싸움을 벌이는 거죠.”

▷중·장기 비전은 어떻게 설정했습니까.

“백화점은 더 이상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닙니다. 아울렛, 홈쇼핑, 인터넷 오픈마켓 등 유통업태가 다양해지는 만큼 고객들에게 선택받으려면 남과 다른 공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양적 경쟁시대에는 시장 점유율 경쟁을 했지만, 이제는 라이프스타일 점유율로 경쟁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전 점포에 갤러리, 문화홀, 옥상정원 등을 늘릴 것입니다. 또 대형 쇼핑몰과 중형 쇼핑몰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아울렛 사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작년 7월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프리미엄 식품관 ‘SSG푸드마켓’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식품도 패션’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접근해서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고 식품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습니다. 다점포화 계획은 없지만 SSG푸드마켓의 성공을 발판으로 현재 운영 중인 백화점의 식품 매장을 단계적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신세계 서울 강남점이 입점해 있는 센트럴시티 지분을 인수했는데요.

“강남점을 명실상부한 전국 1위 점포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5만3000㎡ 규모인 강남점을 2만6000~3만3000㎡ 정도 증축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10월 지분을 인수한 이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고, 올해 안으로 증축 계획을 완성할 것입니다. 증축을 완료하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규모가 비슷해집니다. 지금도 차이는 많이 좁혀졌습니다.”

▷인천점이 입점한 인천터미널 부지가 롯데에 넘어가게 됐습니다. (인천시는 지난 1월30일 이 부지와 건물을 9000억원에 롯데쇼핑에 넘기는 본계약을 맺었다)

“매각절차를 중단하라는 인천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무시하고 불법적인 매각절차를 강행하려는 것은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신세계는 공개입찰 때 롯데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는데도 계약을 강행한 것은 분명한 차별대우입니다.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할 것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유의 광주점 부지도 반드시 지켜낼 겁니다.”

▷작년에 관계사인 조선호텔에서 인수한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과의 연계방안도 궁금합니다.

“부산의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공략하는 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센텀시티점, 조선호텔, 면세점, 부산 기장에 들어서는 프리미엄 아울렛을 하나로 묶어 토털 쇼핑·관광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조선호텔·신세계면세점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후 매출이 15%나 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 백화점과의 시너지 효과도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해외 진출 계획은 있습니까.

“백화점은 문화나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공간이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이 들어오거나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미국 백화점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일도 없죠. 해외 진출은 당분간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콘텐츠 극대화, 내실 다지기가 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등 백화점 업계에도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재은 명예회장이 강조했듯이 올해는 사회공헌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공정거래, 착한 소비 선도정책,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 공헌을 더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최만수/유승호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