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은퇴시장을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에 비유하곤 합니다. 아직 아무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보기 때문이죠.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요람에서부터 은퇴 이후 삶을 위한 준비를 해야할 만큼 상황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50·사진)은 지난달 29일 [한경닷컴]과 인터뷰 내내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수명은 길어지고 은퇴 시기는 앞당겨진 암울한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들의 재무설계를 꼼꼼히 해줄 필요성까지 대두됐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와 퇴직연금연구소를 '미래에셋은퇴연구소'로 통합해 재출범시켰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김 소장을 선임했다. 김 신임 소장은 장은경제연구소 경제실장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그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초대 소장직을 맡으며 은퇴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두 연구소가 통합해 출범한 것은 그동안 축적해 온 역량과 노하우를 은퇴 분야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두 자녀의 아버이지이기도 한 김 소장은 아이들이 네 살 때 각 명의로 '어린이 펀드'를 가입해 줄 만큼 이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영화 '버켓 리스트'는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할 만큼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노인들의 삶, 사랑 등을 다룬 소재들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한국도 정치, 문화, 주택 환경, 직업, 의식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또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 출생자)를 비롯한 은퇴자, 예비 은퇴자들이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것에 김 소장은 아쉬움을 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CIO를 역임한 자산배분 전문가로서 은퇴시장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더 커보였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의 평균 은퇴연령은 52세로 이 때부터 소득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결국 은퇴 빈곤층까지 양산된다"며 "50대 은퇴자 대부분이 실패율이 높은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은퇴와 투자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은퇴 이후를 대비한 재무설계는 이르면 이를 수록 좋다고 조언했다. 20~30대는 프리미엄이 붙기 마련인 위험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연령대이며, 설령 투자 손실을 입는다 해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어린이 펀드를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장기로 투자할 경우 복리 효과를 누리면서 나중에 아이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이날은 연구소가 '은퇴파산을 막는 자산관리 원칙'이란 주제로 '은퇴 리포트' 창간호를 발간한 날이기도 했다. '은퇴 리포트' 창간호를 위해 연구원들과 8차례 이상 회의를 반복했다는 김 소장은 매달 이런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강창희 전(前) 투자교육연구소장 겸 퇴직연금연구소장(부회장) 후임으로 선임된데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 아니냐는 짖궃은 질문에는 "덕분에 마케팅과 분리된 순수 연구조직으로 자리매김했고, 현재까지 강 전 부회장과 공동 연구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응수했다.

김 소장은 오는 4월 온라인, 모바일용 은퇴 웹사이트를 오픈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최근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함을 깨닫고, 시대 흐름에 따라 모바일 웹사이트까지 기획했다"며 "앞으로는 강의, 은퇴리포트, 각종 저술활동 등을 통해 은퇴 관련 컨텐츠를 제공하고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