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여는 사람 확 늘었어요"…백화점 선물 판매 두배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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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경기진단…개인 소비심리 '꿈틀'
백화점·대형마트 '특수'…매출 증가율 두 자릿수
불확실성에 기업 구매 줄어…전통시장 '찬바람' 여전
백화점·대형마트 '특수'…매출 증가율 두 자릿수
불확실성에 기업 구매 줄어…전통시장 '찬바람' 여전
3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은 설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물건을 고르는 사람이 많아 서로 몸이 닿지 않고는 통로를 지나다니기 어려웠고, 매장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끼니도 거른 채 분주하게 움직였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설 특수’를 누리고 있다. 소비 침체가 지속되리라던 유통업체들의 우려와 달리 설 선물세트 판매는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소비경기가 바닥을 찍고 살아나는 조짐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기업들은 설 선물 구매를 줄여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의 침체도 여전했다.
◆지갑 열기 시작하는 개인소비자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매출도 각각 41.6%와 54.7% 늘었다. 이창현 현대백화점 수산물 바이어는 “비축 물량을 활용해 시세보다 싸게 가격을 책정하고 할인쿠폰 제공 등 각종 행사를 벌인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12.8%) 홈플러스(12.8%) 롯데마트(11.8%) 등 대형마트의 설 선물세트 매출도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 구로점에서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신수화 씨는 “불황 때문인지 고가 제품보다 2만~3만원대 홍삼 진액이나 ‘1+1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며 “가격은 저렴해도 케이스가 큰 것을 찾는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설을 맞아 잠재된 수요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을 뿐 본격적인 소비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설 연휴가 짧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선물만 보내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택배 대란’을 피해 선물을 미리 보내려는 소비자 수요가 설 판촉 기간 초반에 몰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대비하는 기업
기업들의 선물 구매가 부진하다는 점도 소비 회복을 속단하기 어렵게 한다. 조창규 이마트 구로점 파트장은 “선물 구매 규모가 비교적 컸던 기업들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구매하는데 규모가 작은 기업들과는 거래가 거의 끊겼다”며 “엔저 영향을 받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설 선물을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선물 단가도 크게 낮아졌다. 강태석 롯데백화점 법인영업팀 매니저는 “작년에는 20만~25만원 상품이 주력이었는데 올해는 15만~20만원 상품이 대부분”이라며 “사정이 좀 나은 기업도 불확실성 탓인지 어떻게든 단가를 낮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증권사나 건설사 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한 백화점 선물세트 매장 매니저는 “작년까지 거래하던 한 증권사에 연락했더니 올해는 설 선물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전통시장은 여전히 싸늘
전통시장에서도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렵다. 31일 오후 찾아간 서울 영천시장의
영천청과 주인 김모씨는 “날씨가 풀려 손님은 좀 늘었지만 과일 가격이 많이 오른 탓인지 가격만 물어보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가게 바깥에 ‘전 품목 40% 할인’을 써 붙여 둔 정육점 주인은 “요즘 설 대목이란 것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의류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요새 날씨가 풀려 그나마 손님은 늘었지만 2~3년 전 명절과 비교하면 매출은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승호/최만수/임현우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