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웃음, 소통정치의 자양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풍자개그 행정지도 놓고 갑론을박
국민과의 벽 허무는 매개로 삼아야
유은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un1002@gmail.com
국민과의 벽 허무는 매개로 삼아야
유은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un1002@gmail.com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하던가. 며칠 전 출근길에 들은 뉴스가 마음을 영 불편하게 한다. 내용인즉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용감한 녀석들’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잘 들어”, “지키길 바란다” 등의 반말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지도 조치를 받았다는 것. 시청자에 대한 예의와 품위 유지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일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대다수 국민이 쉽게 수긍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방통심의위도 밝혔듯이 ‘개그콘서트’는 풍자와 해학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풍자와 해학은 문화적 표현의 한 요소로 수용되어 왔다. 조선시대 왕 앞에서 행해지던 마당극에도, 1980년대 중반 대중의 사랑을 받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같은 코미디에도 정치 풍자는 있었다. 고(故) 이주일 씨의 머리카락을 빗댄 코미디나 오리궁둥이 춤이 국가원수를 모독하고 건전한 국민정서에 역행한다며 방송 출연을 정지당하긴 했어도 그건 5공화국 시절의 일이 아니었던가. 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 금지곡이 지정되고 장발 단속, 미니스커트 단속을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역시 과거라 불리는 때의 일.
두 해 전, 국회의원의 자질을 풍자한 개그맨이 고소당한 일을 두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정치 풍자 개그는 정치권에서 반성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한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더 나아가 정치 풍자가 인기를 얻는 때는 그 풍자가 꼬집는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공감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정치, 한마디로 재미없는 정치에 실망하고 외면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웃음이라는 매개를 통해 정치와 만나는 것, 그것이 소통하는 정치의 새로운 자양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방통심의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알아서’ 코드를 맞춘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누가 어떤 이유에서 시작한 일인지, 그 끝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김제동, 김미화 씨의 일을 비롯해 현 정부에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선 이후 김여진 씨의 방송 출연 취소 논란은 또 어떤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국민과의 벽을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면 벽을 헐고 웃음의 현장에 동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개그를 개그이게 하고 풍자를 풍자이게 하는 것이 아닐지. 웃으면 복이 온다지 않는가.
유은혜 <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un1002@gmail.com >
방통심의위도 밝혔듯이 ‘개그콘서트’는 풍자와 해학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풍자와 해학은 문화적 표현의 한 요소로 수용되어 왔다. 조선시대 왕 앞에서 행해지던 마당극에도, 1980년대 중반 대중의 사랑을 받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같은 코미디에도 정치 풍자는 있었다. 고(故) 이주일 씨의 머리카락을 빗댄 코미디나 오리궁둥이 춤이 국가원수를 모독하고 건전한 국민정서에 역행한다며 방송 출연을 정지당하긴 했어도 그건 5공화국 시절의 일이 아니었던가. 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 금지곡이 지정되고 장발 단속, 미니스커트 단속을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역시 과거라 불리는 때의 일.
두 해 전, 국회의원의 자질을 풍자한 개그맨이 고소당한 일을 두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정치 풍자 개그는 정치권에서 반성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한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더 나아가 정치 풍자가 인기를 얻는 때는 그 풍자가 꼬집는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공감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정치, 한마디로 재미없는 정치에 실망하고 외면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웃음이라는 매개를 통해 정치와 만나는 것, 그것이 소통하는 정치의 새로운 자양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방통심의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알아서’ 코드를 맞춘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누가 어떤 이유에서 시작한 일인지, 그 끝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김제동, 김미화 씨의 일을 비롯해 현 정부에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선 이후 김여진 씨의 방송 출연 취소 논란은 또 어떤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국민과의 벽을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면 벽을 헐고 웃음의 현장에 동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개그를 개그이게 하고 풍자를 풍자이게 하는 것이 아닐지. 웃으면 복이 온다지 않는가.
유은혜 <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un100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