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은 자녀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나’ ‘세금을 줄이기 위해 등기·잔금·이사를 미뤘던 사실이 있나’ ‘각종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체납한 적이 있나’.

현재 청와대가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때 받는 200개 문항의 ‘사전 질문’ 중 일부다. 청와대는 2010년 ‘8·8개각’ 때 내정된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두 명이 도덕성 문제 등으로 낙마하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검증시스템을 강화한다며 이 같은 사전질문지를 만들었다. 이후 고위 공직자를 인선할 때 이 질문지에 대한 답을 받아 검증을 해왔다.

여기에는 재산 형성에 대한 질문이 40개로 가장 많고 △직무윤리(33개) △사생활(31개) △납세 등 금전납부의무(26개) △전과 및 징계(20개) △연구윤리(15개) △병역의무(14개) △학력과 경력(12개) 등의 질문이 포함돼 있다. 개별 질문에 ‘예’라고 답하면 후보자가 관련 내용을 소명해야 한다. 사실 여부는 청와대 검증팀이 확인하도록 돼 있다. 물론 ‘답변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면 이에 따르는 책임과 함께 향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질문지에 명시돼 있다.

재산과 관련해선 개인 간 채권·채무를 모두 적어내야 하고, 렌터카 1개월 이상 이용 경험, 최근 5년간 본인과 가족의 신용·체크·현금카드 합계액이 총소득의 10%에 미달하거나 50%를 초과했는지도 따진다. 자녀를 특급호텔에서 결혼시킨 경우, 백화점 또는 특급호텔 VIP회원으로 가입한 경력도 묻는다.

병역은 가족 중 병역 면제자 유무에서 시작해 자녀의 재신검과 장기 입대 연기 여부를 답해야 한다. 또 자녀의 군 복무 때 보직과 부대 배치 등을 지인에게 부탁한 적이 있는지도 묻는다. 음주운전 외에 속도위반 등 교통법규를 1년에 3회 이상 위반한 경우에도 소명해야 한다. 이혼과 재혼, 정신과 진료, 가족에 폭행을 행사한 전력, 면세점 물품 구매 이력 등도 시시콜콜 기재하도록 돼 있다.

원래 이런 ‘자기 검증서’는 인사 검증 마지막 단계에서 2~3배수로 압축된 유력 후보자들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2010년 인사검증시스템이 강화된 이후 예비후보 단계부터 받고 질문 항목도 종전의 150여개에서 200개로 늘렸다. 청와대 검증팀은 이 질문지 답변을 바탕으로 현장 확인과 주변 탐문 등을 통해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 또 마지막 단계에선 대통령실장이 주재하고 관계 수석들과 인사비서관 등 10명이 참여하는 인사추천회의에서 2~3배수로 압축된 유력후보자들에 대한 사전 인사청문회도 실시한다. 이런 인사 검증 방식은 미국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경우 사전질문서를 주고 제대로 검증만 했다면 서초동 땅 등 부동산 투기 의혹에 따른 낙마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김 총리 후보자를 내정하면서 200개 문항의 사전 검증 대신 평판검증으로 후보를 결정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전검증단계에서 기권하는 후보자들이 상당수라는 소리도 들린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