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와이저, 코로나 인수 제동…美 법무부 "시장경쟁 심각하게 제한"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맥주업체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I)가 코로나를 생산하는 멕시코 그루포모델로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미국 법무부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201억달러 규모의 이번 인수 계획이 성사될 경우 미국 맥주시장의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해 소비자들이 맥주 소비에 더 많은 돈을 내야 하고 제품 선택권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컬럼비아 연방지방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ABI의 버드라이트는 미국 판매 1위 맥주이며 모델로의 코로나는 수입 맥주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연간 800억달러 이상에 달하는 미국 맥주 시장의 규모를 감안할 때 (경쟁 제한에 따른)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에게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BI는 벨기에 맥주업체 인베브가 2008년 미국 맥주의 자존심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하면서 탄생한 세계 최대 맥주회사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맥주 시장의 약 39%를 점유하고 있다. 밀러와 쿠어스를 생산하는 밀러쿠어스가 29%로 뒤를 잇는다. 코로나를 만드는 모델로는 7%의 점유율로 3위다. ABI와 모델로가 합병하면 시장 점유율이 46%에 달하게 된다. ABI는 모델로의 의결권 없는 지분 50%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법무부는 “ABI가 그동안 맥주 가격 인상을 주도해 왔고 밀러쿠어스는 이에 동조했다”며 “반면 모델로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정책으로 두 회사와 경쟁 구도를 형성해 왔다”고 설명했다. ABI가 모델로를 인수하면 이 같은 가격 인하 경쟁이 사라지게 된다는 얘기다. ABI는 이에 대해 “법무부의 주장은 법과 시장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ABI가 항소를 택할지, 다른 타협안을 제시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이번 딜에 제동이 걸리면서 모델로로부터 맥주 수입업체 크라운임포트 지분 50%를 인수하려던 세계 최대 와인업체 콘스텔레이션 브랜즈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크라운임포트는 코로나의 미국 내 유통을 맡고 있는 업체로 모델로와 콘스텔레이션 브랜즈가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모델로는 ABI와의 합병에 따른 반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지분 50%를 콘스텔레이션 브랜즈에 모두 매각할 계획이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