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멈춘 SK…STX팬오션 인수전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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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계열사 CEO 긴급회의
SK텔 동남아 진출 · 중동 자원개발 차질 불가피
김창근 의장 "회사 믿고 지켜봐달라"
SK텔 동남아 진출 · 중동 자원개발 차질 불가피
김창근 의장 "회사 믿고 지켜봐달라"
최태원 회장의 구속으로 SK그룹의 신규 사업이 사실상 ‘올 스톱’됐다. SK는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수·합병(M&A)이나 시설 투자에 나서지 않고 일단 기다리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따라 정유 이동통신 등 내수 위주의 사업 구조를 반도체 등 수출형으로 전환하려던 계획은 유보됐다. 자원 개발과 정보기술(IT) 등 최 회장이 직접 챙겨왔던 상당수 해외 사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사업 ‘올 스톱’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 1일 오전 7시.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전날 법정 구속된 최 회장을 면회하기 위해서다. 김 의장은 최 회장과 함께 그동안 추진해온 해외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향후 대응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간 서울 서린동 SK 본사 로비엔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김영태 SK(주) 사장 주재로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을 시작으로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문덕규 SK E&S 사장,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 유정준 G&G 추진단장 등이 연이어 들어섰다. 박정석 SKC 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서진우 SK플래닛 사장 등도 잠시 후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채 35층 회의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서둘러 올라탔다.
1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한 회의에서 계열사별로 현안을 점검하고 최 회장 부재에 따른 리스크 관리 대책 등을 논의했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신규 사업은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STX팬오션 등 조 단위 금액이 필요한 대형 M&A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대한해운 매각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SK는 STX팬오션의 유력한 인수자로 꼽혀왔다.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해온 해외 석유 및 가스 개발업체 인수 작업도 보류됐다. SK는 지난해 미국의 샤페럴에너지를 11억7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가 막판에 가격 차이 등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에도 해외 에너지 업체 인수를 꾸준히 시도해 왔다. 굵직한 M&A는 최 회장이 주도한 만큼 대형 인수 작업은 당분간 중단될 전망이다.
○신성장 동력 발굴 차질
오너 구속에도 불구하고 SK는 외부적으로 담담한 모습이다. 전날 김 의장은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김 의장은 “외부 환경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각사는 CEO를 중심으로 본연의 경영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며 “구성원 여러분도 저마다 소임과 직분에 충실하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회사와 최고경영진을 믿음으로 지켜봐 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하지만 SK의 글로벌 경영 계획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최 회장은 당초 1심에서 무죄를 받으면 이달 초부터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와 브라질 페루 등 남미로 출장을 갈 계획이었다. 현지 에너지 기업과의 합작 사업과 SK텔레콤의 동남아 진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상반기에는 두바이 등 중동 지역에서 자원 개발과 전자상거래 부문 사업 확대도 모색할 예정이었다. 올해 2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머물며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해외 네트워크를 다지려던 최 회장의 목표는 예상치 못한 구속 사태로 물거품이 됐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스피드 경영 시대에 총수의 구속으로 SK가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 가치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해영/윤정현 기자 bono@hankyung.com
○신규 사업 ‘올 스톱’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 1일 오전 7시.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전날 법정 구속된 최 회장을 면회하기 위해서다. 김 의장은 최 회장과 함께 그동안 추진해온 해외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향후 대응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간 서울 서린동 SK 본사 로비엔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김영태 SK(주) 사장 주재로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을 시작으로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문덕규 SK E&S 사장,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 유정준 G&G 추진단장 등이 연이어 들어섰다. 박정석 SKC 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서진우 SK플래닛 사장 등도 잠시 후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채 35층 회의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서둘러 올라탔다.
1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한 회의에서 계열사별로 현안을 점검하고 최 회장 부재에 따른 리스크 관리 대책 등을 논의했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신규 사업은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STX팬오션 등 조 단위 금액이 필요한 대형 M&A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대한해운 매각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SK는 STX팬오션의 유력한 인수자로 꼽혀왔다.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해온 해외 석유 및 가스 개발업체 인수 작업도 보류됐다. SK는 지난해 미국의 샤페럴에너지를 11억7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가 막판에 가격 차이 등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에도 해외 에너지 업체 인수를 꾸준히 시도해 왔다. 굵직한 M&A는 최 회장이 주도한 만큼 대형 인수 작업은 당분간 중단될 전망이다.
○신성장 동력 발굴 차질
오너 구속에도 불구하고 SK는 외부적으로 담담한 모습이다. 전날 김 의장은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김 의장은 “외부 환경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각사는 CEO를 중심으로 본연의 경영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며 “구성원 여러분도 저마다 소임과 직분에 충실하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회사와 최고경영진을 믿음으로 지켜봐 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하지만 SK의 글로벌 경영 계획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최 회장은 당초 1심에서 무죄를 받으면 이달 초부터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와 브라질 페루 등 남미로 출장을 갈 계획이었다. 현지 에너지 기업과의 합작 사업과 SK텔레콤의 동남아 진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상반기에는 두바이 등 중동 지역에서 자원 개발과 전자상거래 부문 사업 확대도 모색할 예정이었다. 올해 2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머물며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해외 네트워크를 다지려던 최 회장의 목표는 예상치 못한 구속 사태로 물거품이 됐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스피드 경영 시대에 총수의 구속으로 SK가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 가치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해영/윤정현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