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상속재산을 놓고 1년간 다툰 4조원대 삼성가(家) 소송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1일 장남 이맹희 씨 등이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낸 주식 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일부 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일부 청구에 대해 제척기간(법률적 권리 행사 기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소송을 각하했고,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는 해당 주식을 상속 주식으로 보기 어려워 기각했다고 밝혔다. 각하 판결은 원고에게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거나 이익이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상속재산으로 인정되는 삼성생명 110만주 중 각하한 부분은 법률적 권리 행사 기간인 10년을 경과해 부적법하고, 나머지 주식과 배당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며 상속인들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기각했다”고 판결했다.

오후 2시1분에 시작한 판결 선고는 9분에 끝났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세계적 기업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뻔했던 법정 다툼을 재판장은 단 8분간의 판결문 낭독으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2월 이맹희 씨 측은 ‘선친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후 원고 측에 창업주 차녀 이숙희 씨와 차남 이창희 씨 유족도 합류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