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차기 정부에서 신설되는 해양수산부(해수부)를 잡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1996년 8월 김영삼 정부가 신설했던 해수부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까지 16년간 명맥을 유지하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물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까지 모두 해수부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부활이 기정사실화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차기정부 조직개편안에 해수부 설치를 공식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정부조직법이 발의되면서 국회가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해수부 입지는 박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해수부의 부산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전해지면서 한때 부산행(行)이 유력했다. 하지만 해수부가 현재 세종시에 내려가 있는 해양부문과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산 부문을 주력으로 재탄생하는 만큼 세종시로 가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전라남도와 인천까지 유치 의사를 밝히면서 최종 귀착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은 동북아 해양수도로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정책수립 기능까지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반면 다른 지자체들은 지역균형 발전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중앙부처 기능의 분산에 따른 비효율을 막기 위해 중앙부처가 밀집한 세종시에 설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지역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세종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해수부 입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차기 정부가 공청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한 뒤 최종 확정하게 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찬성 부산 사실상 '해양수도' 기능…해양패권시대 대비 '최적지'

대선 이후 해양수산부의 부활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많은 해양 수산인들은 해양 관련 산업의 전반을 아우르는 기능 확장 및 강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해수부의 기능은 폐지 이전의 기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에서 정리됐다.

그동안 해수부 부활과 관련한 문제는 해양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기능 확대와 입지의 문제였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나온 대통령 당선인의 약속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인수위 출범 초기부터 해수부 부활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할 기능조정보다 입지문제를 언급하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양상으로 유도했다. 이 결과 입지문제가 지역 갈등의 문제로 발전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해수부 부활은 현 정권의 폐지 이후 해양수산 관련 산·학·연이 집중돼 있는 부산지역의 핵심 추진과제였으며 많은 해양수산인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지역의 해양수산인은 부산입지 문제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강력한 권한과 기능을 지닌 해수부의 부활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기능적인 보완 없이 과거와 같이 미니부처로 부활하게 되면 또다시 폐지되는 전철을 되풀이하지는 않을지, 그로 인해 해양강국 실현을 위한 국가정책이 약해지고 급변하는 동북아 및 선진 강대국들의 해양중시 정책에 뒤처지는 사태를 맞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해수부는 새로 출범할 17개 중앙부처의 막내부처로 많은 해양 관련 기능을 다른 부처에 남겨 둔 채 단순한 과거로 회귀하는 수준으로 부활했다.

해양관련 산·학·연 집중…朴 ‘해양강국’ 실현 앞당겨

해양수산인들은 여러 지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해수부의 지방유치 논란을 바라보면서 상실감에 빠져 있다. 중앙부처의 입지 문제는 기업 유치와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국가정책과 국가미래에 대한 고민 끝에 결정돼야 할 중대사다. 하지만 그저 특정지역으로의 유치를 통해 해당 지역의 이익만을 챙기겠다는 극단적 지역이기주의 표출이 해수부 부활을 위해 노력한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것이다.

해수부의 입지 문제는 대선 기간 중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부산지역 입지 검토를 언급하면서 이슈가 됐다. 하지만 일부 인수위원을 포함한 일부 정치인들은 이를 자기지역으로의 유치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그러잖아도 대선을 치르면서 나타난 지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심하다. 당선인은 국민통합위원회를 설치해 이런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하는 시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할 지도층 인사들의 어이없는 행동들은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이 국가의 정책에 대해 심사숙고해 언급했던 해수부 부활과 부산의 해양수도 건설, 글로벌 물류허브 육성, 해수부의 부산입지 검토 등의 문제는 모두 일맥상통하는 공약이고 정책이다.

해수부 부활은 국가정책에서 해양 분야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산이 지닌 해양 관련 인프라, 전문 인력과 노하우를 잘 활용하면 세계적인 해양수도, 글로벌 물류허브로 성장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정부 부처도 입지하게 된다면 해양 관련 산·학·연·관이 결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해수부의 부산 입지에 대한 장점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해양 정책을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어 국가 해양력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산은 우리나라의 해양 해운 항만물류 수산관련 기업과 기관, 단체 및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집중돼 있는 해양수도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둘째, 국토의 균형발전을 통한 국가와 지역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 교육, 문화 등 국가의 모든 핵심기능들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동시에 교통 및 통신수단의 급속한 발전으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이른바 ‘빨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에 대응하는 지역육성책의 일환으로 해수부의 부산 입지는 매우 중요하다.

셋째, 해양수도 건설이라는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실천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산은 이미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해양수도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해수부가 입지한다면 부산은 명실상부한 해양수도가 될 것이다.

수도권 집중화 가속 억제…지역균형 발전 촉진 계기

최근 선진국들은 해양영토의 수호와 확장, 해양자원의 개발 등 강도 높은 해양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동북아에서의 해양패권주의는 우리나라 해양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기존의 경제특구를 통한 내륙개발의 정책에서 최근 ‘3대 해양경제특구’를 지정하는 등 해양개발 정책으로 국정의 기조가 변하고 있다. 해저 6000m 이상을 운항할 수 있는 유인잠수정으로 대양의 해저자원 및 에너지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도 해양상을 임명하고 총리가 본부장이 돼 8개 성(省)에 나눠져 있는 해양 정책을 통합 조정하는 ‘종합해양정책본부’를 신설, 한국 중국 러시아와 벌이는 해양영토 분쟁과 바다 밑 지하자원 개발 및 보존에 종합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해양 정책도 보다 강력하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해수부의 기능과 입지 모두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부활하는 해수부가 해양 중심도시에 입지할 경우 보다 강력하고 현실적인 정책 추진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신규 정책을 발굴하면서 그 기능과 영역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대해 중앙부처 간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 곤란, 지역별 유치 논란 가중 등에 대한 문제점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수부가 단순한 부활의 의미로서가 아니라 국가정책이 대륙지향형에서 해양지향형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동북아의 해양패권주의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환태평양 해양시대에 대비해 해양중심 도시 부산에 입지해 실질적인 해양 현장에 맞는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해양수도 건설의 공약 실천 방안으로 해수부의 부산입지만큼 좋은 대안은 없다.


반대 업무효율성·비용편익 측면…세종시에 두는게 바람직

일반적으로 정부기관의 입지를 선정하는 기준은 지리적 위치, 정부기관의 기능과 관련한 평균적인 통행거리, 입지 주변의 인구, 정책을 둘러싼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간의 네트워크 형태, 배후지의 유무, 입지를 둘러싼 시설물의 종류와 숫자, 기타 입지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경제적 요인 등이 거론된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정부기관을 비롯한 수도의 기능을 어디에 둬야 할 것인지와 관련해 명확하게 정립된 이론은 없다. 정부기능 이전과 관련, 균형발전 논리와 국정운영의 효율성 논리 모두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상반된 결론을 지지하는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될 경우 단순히 하나의 논리만으로 정부부처의 입지를 결론짓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해양수산부 입지 논란과 관련,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안을 명확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지역논리 개입땐 혼란 초래…국민적 공감대 없인 불가능

첫째, 해수부 입지의 경제적 측면이다. 이는 해수부가 어느 곳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치르게 될 비용 대비 편익 규모와 연관돼 있다. 해수부의 입지 문제는 정부부처가 모여 있는 세종시나 서울로 할 것인지, 인천 전남 부산 등과 같이 지리적으로 해안을 끼고 있고 항만 등의 기반시설을 갖춘 지역으로 할 것인지 두 가지 대안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해수부가 서울이나 세종시가 아닌 해안에 인접한 다른 지역에 입지할 경우 부처 간 업무조정의 효율성, 청와대 및 국회와의 의견조율을 위한 비용의 증가는 명백하다.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서울 및 세종시에 연락사무소를 둘 수밖에 없어 추가적 인력 및 공간 소요가 발생할 것이다.

반면 해수부가 세종시나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입지할 경우 예상 가능한 편익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각 지역은 자기 지역에 해수부가 입지함으로써 국가 해양 기능의 균형 발전과 세계적 수준의 해양 인프라를 구축해 해양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수부의 부활이 이제 막 확정된 상태에서 해수부가 세종시나 서울이 아닌 부산, 인천, 전남 등에 입지할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해운항만을 비롯한 해양부문 전반에 걸친 균형발전의 측면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전국 컨테이너 물동량은 2161만503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였으며, 이 중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618만4706TEU였다. 광양항은 208만5222TEU, 인천항은 199만7779TEU로 항만기반시설을 보유한 해수부 입지로 거론되고 있는 세 지역 중 부산항이 전국 물동량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 선박금융, 해저자원개발, 해양플랜트 등을 포괄하는 통합적인 해양정책 추진을 위해 항만을 비롯한 해양기반시설을 확보하고 있는 부산에 해수부가 입지할 경우 세계적 수준의 해양도시 건설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해양정책과 관련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부산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물동량이나 해양기반시설 측면에서 부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다른 지역과의 균형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셋째, 향후 정부기능 수요에 대응한 미래의 정부조직 및 공공기관 개편, 그리고 예산 배분과 관련된 문제다. 과거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전에는 우리나라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었기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 시 정부기관의 입지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행정수도 논란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고 세종시가 들어서면서 개별 정부조직의 기능과 관련, 각 정부부처가 어디에 입지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의제로 부상하게 됐다.

정부조직 및 공공기관 입지선정 문제에 지역 논리가 개입될 경우 향후 각 정부부처의 예산배분 과정에서도 정부 전체 차원의 정책적 틀보다 지역논리가 우선순위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특정 지역에 위치한 부처에 대한 예산 배분이나 증액 수준이 낮을 경우 지역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

향후 새로운 부처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지역 입지라는 또 다른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특정 지역에 있는 부처의 통합이나 폐지가 필요하더라도 부처 본연의 기능과는 무관한 지역논리 때문에 정책결정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넷째, 중앙정부부처의 지방 입지에 대한 정당성 문제다. 수도이전 및 행정부처 이전과 관련된 대표적 해외사례로 제시되는 호주, 브라질, 독일은 행정부처 이전의 목표로 내륙지역 개발, 국가안보, 역사적 혹은 정치적 상징성을 내세웠다. 이 중 실제 정부부처의 분산 이전이 추진된 경우는 독일이 유일하다.

특히 독일의 경우에도 베를린과 본에 각각 10개 부처와 5개 부처를 분산 배치하는 등 2개 수도체제를 유지했으나, 최근 업무 과정에서 지리적 거리에 따른 공무원들의 이동으로 인한 비용 문제가 대두되면서 수도 통합을 다시 추진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거대 도시 도쿄의 기능 분산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을 세웠다가 이를 폐기한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정 부처 특정지역에 설치…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어

결국 특정 부처만을 특정 지역에 설치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해수부가 세종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 설치되려면 사전에 국민적 합의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해야 한다.

해수부가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한 세종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입지할 경우 예산배정 및 정책조율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수부의 기능이 오히려 취약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양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는다면 해양 관련 정책추진 과정의 효율성, 일관성, 그리고 정당성을 확보하고 입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한 낭비적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종시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