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시아의 마지막 미개척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미얀마를 향해 민·관 합동으로 뜨거운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다. 수십년간 다져 온 동남아 시장의 선두 주자 자리를 지키면서 아시아 최대 라이벌인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게이단렌 회장 첫 방문

일본 최대 재계단체 게이단렌의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회장은 4일부터 엿새 동안 140여명의 일행과 함께 미얀마 및 캄보디아를 방문한다고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요네쿠라 회장이 미얀마에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게이단렌 측은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현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일본 기업의 미얀마 경제특구 개발 사업 참여 확대 및 현지 고급인력 양성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일본 종합상사 미쓰이물산은 미얀마의 쌀 가공 및 판매 국책회사 맙코(MAPCO)와 손잡고 미얀마 최대 경제도시 양곤을 비롯한 3개 지역에 대규모 정미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용은 약 150억엔이며, 올해 4월에 착공해 내년 중 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얀마는 2011년 기준으로 세계 9위 쌀 수출국(연간 70만t 수출)이며 앞으로 5년 뒤엔 세계 4위(연간 500만t 수출)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일본 정부도 미얀마에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우선 미얀마가 일본에 빌린 나랏빚 5000억엔을 올해 3월까지 탕감하고, 500억엔의 차관을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미얀마에 대한 일본의 엔화 차관은 27년 만이다.

이와 더불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실시하기로 했던 미얀마 난민 입국 허가 기한도 내년까지로 연기했다. 과거 미얀마 군사정권의 소수민족 탄압 때문에 1949년 이후 미얀마를 탈출해 아시아 일대를 떠도는 미얀마 난민 수는 수십만명에 달한다.

○동남아 거점 놓고 중국과 신경전

일본이 이처럼 미얀마에 공을 들이는 데는 경제적, 정치적 배경이 함께 뒤섞여 있다. 미얀마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했다. 최고급 목재 티크의 전 세계 공급량 80%, 루비의 99%를 미얀마에서 생산한다. 또 현재 미얀마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22조8000억제곱피트에 달해 아시아 국가 가운데 1위를 자랑하며, 미얀마 땅에 묻혀 있는 원유도 32억배럴에 달한다. 하지만 열악한 인프라 시설로 인해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지 대부분이 미개발 상태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일대 시장을 선점했던 노하우를 살려 미얀마와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11년 테인 세인이 미얀마 초대 민선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얀마의 외교 문호 개방이 활발해진 것도 일본이 힘을 쏟는 이유다. 특히 군사정권 시절 중국과 긴밀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 오던 미얀마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와 접촉하는 등 탈(脫) 중국화 행보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 일본에 기회가 되고 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국과 영토 분쟁이 한창인 일본이 미얀마를 앞세워 동남아 외교 파워를 통해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미얀마는 일본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으며 양국 간 동맹 관계는 앞으로 계속 진전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미얀마에 여전히 군사정권 잔재가 남아 있어 정국 불안이 지속되고 있으며, 통신과 도로 등 각종 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은 고려돼야 한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