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들은 월급의 30%를 인조가발 구매에 씁니다. 아프리카에만 흑인 여성이 5억명 이상 됩니다. 가발 원사 사업의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보는 까닭입니다.”

국내 유일의 인조가발원사 제조업체인 우노앤컴퍼니의 김종천 사장(57)은 “미셸 오바마(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와 비욘세(미국 팝가수)도 인조가발을 생활 필수품처럼 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평생 머리카락이 5~10㎝밖에 자라지 않는 흑인 여성들에게 인조가발은 ‘신이 내린 선물’로 통한다. 그렇지만 흑인 여성의 머리카락에 가발사를 실로 꿰매 붙이는 가발인 ‘위빙’은 수명이 3~4주에 불과해 한번 사용하면 생필품처럼 계속 구매해야 한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품목이라는 얘기다.

우노앤컴퍼니는 불에 타지 않는 가발원사인 난연사 하나로 2011년 1000만달러에 육박하는 수출 성과(973만달러)를 달성한 100% 수출기업이다. 지난해 매출도 3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김 사장은 우연한 기회에 가발원사에 눈을 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몰려왔을 때 레저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하던 중 친구인 김환철 전북대 섬유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로부터 인조가발사를 사업아이템으로 제안받았다. 그는 전북대 산업대학원에 입학, 관련 기술을 이론적으로 배우는 한편 임시설비로 가발사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2년 만인 1999년 ‘우노파이버’를 설립해 폴리염화비닐(PVC) 합성사 시장에 뛰어들었다.

4억달러 규모의 세계 가발원사시장은 그동안 일본의 거대 화학기업인 ‘가네카’와 ‘덴카’가 30여년 동안 독과점해왔다. 김 사장은 후발 업체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경쟁제품보다 질감이 부드럽고 강도는 더 센 난연합성수지(PET)를 개발했다. 난연합성수지는 인모(人毛)와 거의 비슷하면서도 불에 타지 않아 전기 고데기나 드라이어 등 열을 이용한 헤어스타일 연출이 가능한 소재다. 어떤 합성사보다 기술 장벽이 높았지만 2005년 세계 네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자신감을 얻은 김 사장은 엉킴 방지사(TF)와 인모 대체용 원사(우노론)를 일본 업체보다 앞서 개발, 2011년부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메이저 유통업체에 공급하며 급성장했다.

우노앤컴퍼니는 설립 8년 만에 두 일본 업체에 이어 세계 3위 업체로 올라섰다. 이 같은 성과는 특히 빠른추격자(패스트팔로어) 대신 선택한 시장개척자(퍼스트무버) 전략이 통한 결과여서 값지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수출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아프리카 시장에 공을 들이기로 했다. 2011년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아프리카 가발 생산업체들이 “일본은 불안하다”고 일본산을 기피하고 있는 게 마케팅 포인트다. 지난해엔 전체 회사 매출의 40%를 아프리카 수출을 통해 거뒀다. 김 사장은 “아프리카는 연 20%씩 성장하는 향후 미국을 뛰어넘을 거대 시장”이라며 “현지 합성사공장 건립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주=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