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누벨 이마주' 거장 카락스 감독 "1人9役의 아바타 놀이… 이게 바로 인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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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홀리 모터스' 개봉 앞두고 내한
영화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레오스 카락스 감독(53·사진)이 13년 만에 신작 ‘홀리 모터스’를 내놨다.
카락스 감독은 감정과 스토리를 독특한 이미지로 펼쳐놓아 평론가들로부터 ‘누벨 이마주’의 기수로 불리는 거장. ‘홀리 모터스’는 사업가 오스카가 고급 리무진을 타고 파리 시내를 다니면서 가정적인 아버지에서 광대, 걸인, 암살자, 광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지난해 시체스국제영화제와 시카고국제영화제 등에서 3관왕에 올랐다. 4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카락스 감독을 서울 봉래동 프랑스문화원에서 만났다.
“리무진은 어른들의 장난감 같아요. 사람들이 부호나 유명인 행세를 하기 위해 리무진을 빌린다는 점에서 아바타와도 비슷해요. 그런 리무진에는 우리 시대의 현란하고 조잡한 모습이 담겨 있어요. 겉모습은 근사하지만 안에는 창녀의 호텔과 같은 슬픈 감정이 깃들어 있죠. 거대한 기계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그들의 마지막 역할은 인간들의 마지막 여정을 이끄는 긴 통로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이 영화는 인간과 짐승, 기계들이 멸종 직전에 처해 있는 SF라고 할 것입니다.”
영화에선 그의 전작들에 출연한 드니 라방이 1인 9역을 소화하며 인생을 이야기한다. 역할에 따라 숨소리와 걸음걸이가 달라지는 기묘한 장면을 연출한다.
“영화는 세 가지 이미지를 바탕으로 출발했어요. 첫째, 상영 중인 영화의 관객들 모습인데 죽었는지 잠들었는지 알 수 없어요. 둘째는 리무진이고, 셋째는 그 안에서 드니 라방이 9명의 아바타 노릇을 하는 겁니다. 인생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면 시간이 너무 걸려 드라마로 만든 것이죠.”
관객이 죽었는지 잠들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그가 작품을 만들 때 관객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의미다.
“관객을 염두에 두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저는 관객을 파악할 수 없어요. 그래서 ‘곧 죽을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편집할 때 관객을 약간 의식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 영화도 감독과 관객이 대화하면서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겠죠.”
그는 특이하게도 작품을 만들 때 스토리보다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작가가 아니거든요. 이미지와 감정이 처음 떠오르면 그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으면서 작품을 만들어갑니다.”
그는 자신에게 따라붙는 ‘누벨 이마주’란 수식어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원초적인 힘을 추구할 뿐이라고 했다.
“영화의 원초적인 힘을 믿고 그 힘을 되찾기 위해 항상 노력했습니다. 요즘 디지털 기술이 발달했지만 그 힘은 약해졌어요. 다른 방법으로 초창기의 힘을 찾아야 합니다. 무성영화 시대 무르나우 감독의 작품을 보면 배우의 움직임에서 ‘신의 눈길’이 느껴져요. 하지만 지금의 유튜브 영상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그런 신의 눈길을 볼 수는 없어요."
그는 열여섯 살 무렵 영화에서 큰 위안을 받고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영화는 인생을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섬이었고 그 섬에서 놀고 싶었다는 것. 그동안 5편의 장편만 연출한 것은 새로운 영화를 찍고 싶었던 데다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서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카락스 감독은 감정과 스토리를 독특한 이미지로 펼쳐놓아 평론가들로부터 ‘누벨 이마주’의 기수로 불리는 거장. ‘홀리 모터스’는 사업가 오스카가 고급 리무진을 타고 파리 시내를 다니면서 가정적인 아버지에서 광대, 걸인, 암살자, 광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지난해 시체스국제영화제와 시카고국제영화제 등에서 3관왕에 올랐다. 4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카락스 감독을 서울 봉래동 프랑스문화원에서 만났다.
“리무진은 어른들의 장난감 같아요. 사람들이 부호나 유명인 행세를 하기 위해 리무진을 빌린다는 점에서 아바타와도 비슷해요. 그런 리무진에는 우리 시대의 현란하고 조잡한 모습이 담겨 있어요. 겉모습은 근사하지만 안에는 창녀의 호텔과 같은 슬픈 감정이 깃들어 있죠. 거대한 기계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그들의 마지막 역할은 인간들의 마지막 여정을 이끄는 긴 통로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이 영화는 인간과 짐승, 기계들이 멸종 직전에 처해 있는 SF라고 할 것입니다.”
영화에선 그의 전작들에 출연한 드니 라방이 1인 9역을 소화하며 인생을 이야기한다. 역할에 따라 숨소리와 걸음걸이가 달라지는 기묘한 장면을 연출한다.
“영화는 세 가지 이미지를 바탕으로 출발했어요. 첫째, 상영 중인 영화의 관객들 모습인데 죽었는지 잠들었는지 알 수 없어요. 둘째는 리무진이고, 셋째는 그 안에서 드니 라방이 9명의 아바타 노릇을 하는 겁니다. 인생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면 시간이 너무 걸려 드라마로 만든 것이죠.”
관객이 죽었는지 잠들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그가 작품을 만들 때 관객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의미다.
“관객을 염두에 두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저는 관객을 파악할 수 없어요. 그래서 ‘곧 죽을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편집할 때 관객을 약간 의식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 영화도 감독과 관객이 대화하면서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겠죠.”
그는 특이하게도 작품을 만들 때 스토리보다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작가가 아니거든요. 이미지와 감정이 처음 떠오르면 그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으면서 작품을 만들어갑니다.”
그는 자신에게 따라붙는 ‘누벨 이마주’란 수식어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원초적인 힘을 추구할 뿐이라고 했다.
“영화의 원초적인 힘을 믿고 그 힘을 되찾기 위해 항상 노력했습니다. 요즘 디지털 기술이 발달했지만 그 힘은 약해졌어요. 다른 방법으로 초창기의 힘을 찾아야 합니다. 무성영화 시대 무르나우 감독의 작품을 보면 배우의 움직임에서 ‘신의 눈길’이 느껴져요. 하지만 지금의 유튜브 영상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그런 신의 눈길을 볼 수는 없어요."
그는 열여섯 살 무렵 영화에서 큰 위안을 받고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영화는 인생을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섬이었고 그 섬에서 놀고 싶었다는 것. 그동안 5편의 장편만 연출한 것은 새로운 영화를 찍고 싶었던 데다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서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