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선물시장 히트상품 뭔가 보니 … 불황 반영 9900원 저가세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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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0원 짜리 선물세트는 물량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단제주문을 하려면 발주하고 기다려야 해요."
4일 오후 찾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식품관. 설을 일주일 앞둔 이날 식품관은 설 선물을 장만하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프리미엄' 선물세트보다 '실속형' 선물세트 매장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설 선물세트 구매에도 '실속형' 소비 성향이 드러난 것.
식품관의 저가 생필품 선물세트 매장 관계자는 "아무래도 비싼 선물세트보다 저가 생활용품을 찾는 손님이 많다" 며 "그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9900원 짜리 선물이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곶감과 견과류를 판매하는 '정과원' 관계자는 "경기가 안좋아진 것을 확실하게 체감한다" 며 "작년보다 다량 주문을 하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왔다갔다 하며 가격을 물어보거나 문의하는 사람은 꽤 많지만 정작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은 적다" 며 "몇몇 제품은 전년보다 가격을 낮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려간 가격도 10만 원이 넘어 일반 서민이 구매하기엔 다소 버거워 보였다.
과일 선물세트를 둘러보던 김 씨는 무거운 가격만큼이나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김 씨는 "지난해 힘든 한해를 함께한 직원들에게 보답을 하고 싶은데 선물이 너무 비싸네"라며 말끝을 흐렸다.
백화점 선물코너에는 9900원부터 3, 4만 원까지 저렴한 선물세트가 눈에 많이 띄었다. 샴푸, 치약 등 생활용품들로 구성된 선물세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9900원 짜리 실속 선물세트의 경우 지난해 설보다 4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선물세트뿐 아니라 제수용품 물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8~9월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컸고 겨울 들어 폭설과 한파까지 겹쳐 농작물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소매가격(상품 한 포기)은 지난 1일 3702원에 달했다. 지난해 설 연휴 직전 금요일(1월20일)보다 169.4% 올랐다. 다른 제수용품들도 일주일 사이에 가격이 급등했다.
대형 백화점과 마트들이 할인 판매에 나섰지만 서민들로선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식품관 한쪽에서 장을 보고있던 조정화 씨(44)는 "품목에 따라 할인을 하는 품목은 마트나 백화점 식품관에서 사고 그렇지 않은 품목은 시장에서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오정 인턴기자 koj89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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