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고의성 없더라도 유사성 있다면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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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표절시비 새 국면…법원 "박진영 씨, 5700만원 배상해야"
가요계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표절 시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논란의 초점이 표절의 고의성에서 결과물의 음악적 유사성으로 넘어가고 있어서다.
최근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사진 왼쪽)는 법원으로부터 자신이 작곡한 ‘썸데이’가 작곡가 김신일 씨의 ‘내 남자에게’와 유사하다며 5693만710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진영은 재판에서 “소속사 JYP와 ‘썸데이’가 수록된 드라마 ‘드림하이’의 제작사 KBS, 노래를 부른 아이유 측에 모두 확인해 본 결과 비슷한 노래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내 남자에게’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표절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법원은 두 곡의 유사성을 들어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는 판결에 대해 “그 노래를 들어봤느냐, 안 들어봤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비슷하다는 점에 대한 과실이 인정됐다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들어보지 않은 곡을 표절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듣거나, 듣지 않은 것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 한 작곡가는 “표절은 영혼의 문제”라며 “그 곡을 정말 표절했는지, 안 했는지는 자신만이 안다”고 말했다. 실제 표절 여부는 작곡가만이 아는 진실이라는 말이다.
최근 배치기(사진 오른쪽)의 ‘눈물 샤워’에 관한 표절 시비도 마찬가지다. 발표 직후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 ‘눈물샤워’는 1990년대 활동한 그룹 사람과나무의 ‘쓸쓸한 연가’와 비슷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배치기 측은 “악기 구성이나 분위기는 비슷하게 들릴 수 있지만 코드와 멜로디는 전혀 다르다”며 “‘쓸쓸한 연가’는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표절이라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두 곡이 지나치게 비슷하다. 안 들어보고 만들었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해외에서는 표절을 당사자 간의 법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편이다. 그룹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는 기타리스트 조 새트리아니의 ‘If I could fly’와 표절 시비가 일었지만 둘은 합의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그들의 곡은 그래미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다. 법적인 표절 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음악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또한 현대로 올수록 대중음악의 유행이 빠르게 변하면서 뮤지션들이 서로의 곡을 들으며 영향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는 표절 시비가 당사자 간의 법정문제로 비화되는 경우가 드문 데다 표절로 판정이 나더라도 손해배상이 적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그룹 버브가 자신들의 히트곡 ‘Bittersweet symphony’를 만들기 위해 그룹 롤링스톤스의 ‘The last time’을 네 마디 샘플링하겠다고 요청해 허락받았다. 그러나 이후 롤링스톤스 측은 ‘Bittersweet symphony’가 네 마디 이상 샘플링했다는 이유로 표절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롤링스톤스 측은 ‘Bittersweet symphony’로 거둔 모든 수익을 가져간 것은 물론 작곡가로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국내에선 일정액을 배상할 뿐 수익이나 저작권을 넘기는 경우는 드물다. 표절이 완전히 법적인 문제로 넘어가려면 그에 따른 저작권 관련 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양심은 확인할 길이 없고, 법으로 해결하기에는 제도적으로 미비하다.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 표절의 정의 자체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명확한 해답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강명석 텐아시아 기자 two@tenasia.co.kr
최근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사진 왼쪽)는 법원으로부터 자신이 작곡한 ‘썸데이’가 작곡가 김신일 씨의 ‘내 남자에게’와 유사하다며 5693만710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진영은 재판에서 “소속사 JYP와 ‘썸데이’가 수록된 드라마 ‘드림하이’의 제작사 KBS, 노래를 부른 아이유 측에 모두 확인해 본 결과 비슷한 노래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내 남자에게’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표절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법원은 두 곡의 유사성을 들어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는 판결에 대해 “그 노래를 들어봤느냐, 안 들어봤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비슷하다는 점에 대한 과실이 인정됐다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들어보지 않은 곡을 표절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듣거나, 듣지 않은 것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 한 작곡가는 “표절은 영혼의 문제”라며 “그 곡을 정말 표절했는지, 안 했는지는 자신만이 안다”고 말했다. 실제 표절 여부는 작곡가만이 아는 진실이라는 말이다.
최근 배치기(사진 오른쪽)의 ‘눈물 샤워’에 관한 표절 시비도 마찬가지다. 발표 직후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 ‘눈물샤워’는 1990년대 활동한 그룹 사람과나무의 ‘쓸쓸한 연가’와 비슷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배치기 측은 “악기 구성이나 분위기는 비슷하게 들릴 수 있지만 코드와 멜로디는 전혀 다르다”며 “‘쓸쓸한 연가’는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표절이라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두 곡이 지나치게 비슷하다. 안 들어보고 만들었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해외에서는 표절을 당사자 간의 법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편이다. 그룹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는 기타리스트 조 새트리아니의 ‘If I could fly’와 표절 시비가 일었지만 둘은 합의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그들의 곡은 그래미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다. 법적인 표절 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음악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또한 현대로 올수록 대중음악의 유행이 빠르게 변하면서 뮤지션들이 서로의 곡을 들으며 영향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는 표절 시비가 당사자 간의 법정문제로 비화되는 경우가 드문 데다 표절로 판정이 나더라도 손해배상이 적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그룹 버브가 자신들의 히트곡 ‘Bittersweet symphony’를 만들기 위해 그룹 롤링스톤스의 ‘The last time’을 네 마디 샘플링하겠다고 요청해 허락받았다. 그러나 이후 롤링스톤스 측은 ‘Bittersweet symphony’가 네 마디 이상 샘플링했다는 이유로 표절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롤링스톤스 측은 ‘Bittersweet symphony’로 거둔 모든 수익을 가져간 것은 물론 작곡가로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국내에선 일정액을 배상할 뿐 수익이나 저작권을 넘기는 경우는 드물다. 표절이 완전히 법적인 문제로 넘어가려면 그에 따른 저작권 관련 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양심은 확인할 길이 없고, 법으로 해결하기에는 제도적으로 미비하다.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 표절의 정의 자체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명확한 해답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강명석 텐아시아 기자 two@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