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강영만 감독 "집주인에 손가락 잘린 '노예꼬마'에게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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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완성한 다큐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
비참한 생활환경보다 아이들을 함부로 다루는 사회환경에 충격
몰래카메라 처럼 찍어
비참한 생활환경보다 아이들을 함부로 다루는 사회환경에 충격
몰래카메라 처럼 찍어
어린이들의 손가락이 두세 개씩 잘려 있다. 장디봉의 손은 이지러졌고 이마에는 큰 화상 자국이 남아 있다. 장디봉은 이른바 ‘노예 어린이’다. 부모가 숨진 뒤 어느 가정에 팔려와 부엌에서 일하는 신세였다. 주인여자는 요리하던 장디봉이 실수하자 뜨겁게 단 프라이팬으로 이마를 때렸다. 여린 피부는 화상으로 일그러졌다. 며칠 후 주인여자는 또 실수했다며 장디봉의 손을 끓는 튀김기름에 집어넣었다고 한다.
데미안은 배가 고파 길거리에서 빵조각을 훔쳐 달아나다 붙잡혔다. 주인남자는 남의 물건을 훔치면 이런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데미안의 손가락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닭을 잡는 칼로 내리쳤다.
재미동포 강영만 감독(사진)이 12년 만에 완성한 장편 다큐멘터리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Innocence Abandoned: Street Kids of Haiti)’에는 이런 충격적인 실상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독립영화 ‘큐피드의 실수’와 ‘비누 아가씨’, 애니메이션 ‘김치 워리어’ 등을 만든 강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국내 개봉을 위해 방한한 그는 “아이티의 버려진 아이들이 극심한 빈곤과 자연재해를 딛고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얘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1년 한 미국 구호단체의 의뢰로 아이티의 고아원을 촬영하러 갔다. “당시 정세는 극도로 불안하고 시위도 잦았지요. 거리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환경은 비참했지만 그런 아이들을 다루는 사회환경이 더 충격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찍은 카메라를 부패한 경찰에게 빼앗긴 뒤 돈을 주고 다시 찾았어요. 그 뒤론 카메라를 가방 속에 숨겨 몰래 촬영했어요.”
그는 2008년 아이티를 다시 찾았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아이들의 삶이 나아진다면 필름메이커로서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7년 만에 다시 찾은 아이티는 더욱 가난했다. 첫 방문에서 만나 이메일로 간간이 연락하던 아이들은 스무 살 즈음의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 있었다.
“첫 방문 때 부잣집에 노예로 팔려갔다가 도망쳐 고아원에 있던 열두 살 윌너는 고아원이 문을 닫은 뒤 영어를 배우며 후원자를 찾아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더군요.”
2010년 초 대지진 소식을 들은 강 감독은 즉각 아이티로 달려갔다. 파괴된 고아원에서 원생 한 명이 잔해에 깔려 죽고 두 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해 재건의 희망이 싹트고 있는 그곳을 또다시 방문했다. 영화에는 윌너를 비롯한 아이티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강 감독은 “우리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힘든 일을 여러 번 겪고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저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1996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뉴스쿨에서 영화 제작을 공부한 뒤 2000년 단돈 980달러의 초저예산으로 만든 데뷔 장편영화 ‘큐피드의 실수’를 미국 극장에 내걸었다. 이번에는 한국 영화사와 손잡고 1900년대 초반 독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준비 중이다. 시나리오 작업은 거의 끝냈고 여름께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데미안은 배가 고파 길거리에서 빵조각을 훔쳐 달아나다 붙잡혔다. 주인남자는 남의 물건을 훔치면 이런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데미안의 손가락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닭을 잡는 칼로 내리쳤다.
재미동포 강영만 감독(사진)이 12년 만에 완성한 장편 다큐멘터리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Innocence Abandoned: Street Kids of Haiti)’에는 이런 충격적인 실상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독립영화 ‘큐피드의 실수’와 ‘비누 아가씨’, 애니메이션 ‘김치 워리어’ 등을 만든 강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국내 개봉을 위해 방한한 그는 “아이티의 버려진 아이들이 극심한 빈곤과 자연재해를 딛고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얘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1년 한 미국 구호단체의 의뢰로 아이티의 고아원을 촬영하러 갔다. “당시 정세는 극도로 불안하고 시위도 잦았지요. 거리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환경은 비참했지만 그런 아이들을 다루는 사회환경이 더 충격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찍은 카메라를 부패한 경찰에게 빼앗긴 뒤 돈을 주고 다시 찾았어요. 그 뒤론 카메라를 가방 속에 숨겨 몰래 촬영했어요.”
그는 2008년 아이티를 다시 찾았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아이들의 삶이 나아진다면 필름메이커로서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7년 만에 다시 찾은 아이티는 더욱 가난했다. 첫 방문에서 만나 이메일로 간간이 연락하던 아이들은 스무 살 즈음의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 있었다.
“첫 방문 때 부잣집에 노예로 팔려갔다가 도망쳐 고아원에 있던 열두 살 윌너는 고아원이 문을 닫은 뒤 영어를 배우며 후원자를 찾아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더군요.”
2010년 초 대지진 소식을 들은 강 감독은 즉각 아이티로 달려갔다. 파괴된 고아원에서 원생 한 명이 잔해에 깔려 죽고 두 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해 재건의 희망이 싹트고 있는 그곳을 또다시 방문했다. 영화에는 윌너를 비롯한 아이티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강 감독은 “우리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힘든 일을 여러 번 겪고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저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1996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뉴스쿨에서 영화 제작을 공부한 뒤 2000년 단돈 980달러의 초저예산으로 만든 데뷔 장편영화 ‘큐피드의 실수’를 미국 극장에 내걸었다. 이번에는 한국 영화사와 손잡고 1900년대 초반 독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준비 중이다. 시나리오 작업은 거의 끝냈고 여름께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