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70년대 독일의 실업률은 1%대에 불과했다. 낮은 실업률을 바탕으로 독일 정부는 연금·실업·재해보험 등 공적 사회보험을 꾸준히 늘렸다. 하지만 1990년대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복지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2003년 독일 정부는 ‘노동시장 현대화개혁위원회’를 꾸려 일명 ‘하르츠 개혁’으로 불리는 복지제도 대수술에 나선다. 무작정 퍼주기만 하는 복지 대신 재교육·재취업 교육을 통해 실업자를 줄이는 ‘생산적 복지’로 방향을 전환한 것. 그 결과 2005년 12%에 육박했던 독일의 실업률은 2011년 8%대로 떨어졌다.

#2. 이탈리아는 1950~1970년대 복지 황금기를 누렸다. 1960년대 후반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공공의료보험 혜택을 받았을 정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심성 복지혜택도 추가됐다. 재정부담은 갈수록 악화됐다. 1990년대 후반 이탈리아 정부는 뒤늦게 복지혜택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노조 등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결국 무분별한 복지는 2010년 재정위기로 이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6일 주요 국가들의 복지 정책을 평가한 ‘성공한 복지와 실패한 복지’ 보고서를 냈다. 한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독일·스웨덴·이탈리아·일본·그리스의 복지정책을 분석, 성공한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선 경제 성장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성공한 복지국가 모델로 독일과 스웨덴을 꼽았다. 독일은 2003년 일명 ‘하르츠 개혁’을 통해 실업급여를 포함한 사회보험제도를 대폭 바꿨다. 이 개혁의 핵심은 사회보험 등 복지제도의 초점을 ‘실업에 따른 소득보전’이 아닌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높이는 디딤돌 역할’에 뒀다는 것이다. 실직자가 재취업 교육을 받지 않으면 실업수당을 깎는 제도 등이 이때 도입됐다.

대표적 복지국가 스웨덴의 사례도 소개했다. 스웨덴은 1990년대 재정적자 폭이 커지자 기존 복지제도를 손봤다. 보편적 복지라는 큰 틀을 유지하되 일하지 않고 복지혜택만 누리려는 ‘무임승차자’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꾀했다. 이 결과 스웨덴은 2008년 글로벌 재정위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이 연구소는 설명했다.

한경연은 실패한 복지국가로 그리스와 일본, 이탈리아를 꼽았다.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과도한 복지 혜택을 주는 정책으로 2008년 이후 재정위기를 맞았다. 한경연 측은 “일본도 2009년 민주당 정권 때 사회 양극화와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 상향조정 등 포퓰리즘 정책을 폈으나 재원 조달이 어려워 중도에 정책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이 같은 사례를 통해 새 정부 복지정책의 방향을 조언했다. 우선 그리스처럼 퍼주기식 복지정책은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명한 복지전달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스의 경우 사망자에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등 제대로 된 관리·감독 시스템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복지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도 경계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한경연은 “이탈리아의 경우 정부마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연금과 의료 복지혜택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정책을 편 탓에 재정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최고의 복지정책은 ‘경제 성장’이란 점도 강조했다. 한경연은 “독일과 스웨덴처럼 복지 제도의 초점을 ‘생산적 복지’에 두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을 펴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