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박범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2008년 화재로 소실된 남대문의 복원 공사를 서둘러 임기 중 준공식을 열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무리하지 말라”며 “준공식을 차기 정부의 행사로 치르면 의미도 더 크고, 국민 만족도도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 초로 계획했던 준공식을 4월로 연기했다.

이 대통령의 특별사면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 등을 둘러싸고 신(新)·구(舊)정부 간 갈등을 빚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밖으로 비치는 모습과 달리 이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은 상당히 ‘우호 무드’라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최근에도 나로호 발사 성공이 확실하다면 차기 정부에서 쏘면 더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부품내구 시한이 만료돼 더 미루지 못하고 지난달 말 발사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 출범을 돕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여기엔 박 당선인이 당선 뒤 현직 대통령을 배려해 ‘조용한 행보’를 하고, 북한 핵문제 등에서 현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 등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담겨 있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박 당선인의 ‘밀봉 인사’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쏟아질 때도 “대통령은 누구든지 자기 스타일이 있는 법”이라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 간의 협력 분위기는 어떤 면에선 당연한 것이란 시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 재창출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갈등 관계일 수 없다”며 “굳이 표현하자면 긴장적 협력관계”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