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경제위기는 미국 달러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중국의 유명 경제학자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돼 달러 가치가 오르면 그동안 신흥국 시장에 유입됐던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가 한꺼번에 빠져 나갈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했던 인물로, ‘아시아의 닥터둠’으로 유명하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셰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최근 회생 기미를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올해 하반기에 양적완화 정책을 끝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이 풀었던 돈줄을 죄면서 달러화 가치가 치솟을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현재 80 부근에서 3년 뒤엔 100까지 오를 것”이라며 “최소 5년간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달러 강세로 신흥국에 흘러들어왔던 핫머니가 한꺼번에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년간 지속돼온 달러 약세와 글로벌 유동성은 신흥국의 통화절상과 자산거품을 야기했다”며 “이 시점에서 갑자기 달러 가치가 오르면 신흥국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흥국 중에서도 브라질과 인도 경제가 달러 강세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의 대외 개방도가 높고 자본유출을 막는 제도도 부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브라질의 헤알화 표시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은 12.3%에 달한다. 지난해 외국인이 인도 증시에 투자한 돈은 340억달러(약 37조원), 인도 증시에서 외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