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6일 오전 6시19분

산업은행이 중소·중견기업의 회생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1000억원 규모의 ‘턴어라운드 사모펀드(PEF)’가 원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첫 지원 대상인 썬스타의 재무 상황이 악화일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2009년 야심차게 조성한 ‘KDB턴어라운드 PEF’는 올해부터 투자 회수에 나설 예정이지만 원금을 회수할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펀드는 기술력 있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되살려서 기존 주주에게 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주도해 만들었기 때문에 ‘민유성 구조조정 1호 펀드’로 알려졌다.

하지만 첫 투자 대상 기업인 재봉기 생산 전문업체 썬스타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이런 실험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썬스타는 2009년부터 PEF의 지원을 받았지만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 KDB턴어라운드 PEF는 썬스타의 기존 주식 100%를 매입하고, 유상증자 등을 통해 총 486억원을 지원했다. 이후 운영자금 대출로 215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이렇게 지원된 약 700억원은 모두 무담보였다.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을 포함해 7개 금융회사로 구성돼 있으며 대출 규모는 2300억원 규모다. 현재 썬스타는 채권단에 추가 담보여력이 없는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워져 직원들에 대한 임금체불이 급증하고 있다"며 "썬스타가 높은 기술력을 갖췄지만 경영진의 잘못된 전략으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2009년 썬스타 지원 초기 당시 PEF는 예상한 내부 수익률(IRR)로 11%수준을 기대했지만 현재 투자수익률을 커녕, 원금 전체를 떼이게 될 것이란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썬스타는 한 때 컴퓨터 자수기 분야 세계 1위, 산업용 재봉기 분야 세계 3위업체였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대규모 선물환 손실 등으로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산업은행이 946억원 규모로 KDB턴어라운드PEF를 조성해 썬스타를 첫 수혜 기업으로 선정했다. 산은 입장에선 중견기업 회생과 투자수익이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려 한 것이다.

한편 썬스타를 투자 대상으로 선정하고 실사를 담당한 법인과 직원은 문책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최근 감사원에서 해당 건에 대해 감사를 벌여 투자 실패의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며 ”썬스타를 PEF의 지원 기업으로 선정하는 의사결정에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 지, 회계법인의 썬스타 실사과정에선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 지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