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결국 제과점업과 외식업 등 16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앞으로 프랜차이즈 빵집은 동네 빵집에서 500m 이내에 점포를 새로 열 수 없다. 매장도 전년 말 점포 수의 2%를 넘어 늘릴 수 없게 됐다. 놀부, 새마을식당 같은 외식업체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낼 수 없고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확장도 불가능하다. 빵집이나 대형 외식업체 모두 기존 가게 이외에 더 이상 사업을 사실상 하지 말라는 조치다.

골목상권 보호와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조치라는 게 동반위의 변이다. 하지만 이번 적합업종 지정은 동반성장은 고사하고 자영업 모두가 ‘동반추락’하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동반성장의 당초 취지는 대자본이 영세상권까지 넘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중기적합업종 제도는 소규모 자영업이 커지는 걸 모두 막아버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골목빵집이 성공해 유명 프랜차이즈가 되면 추가 성장을 틀어막고 새마을식당이나 놀부처럼 동네 음식점이 커져 성공가도를 달리면 더 이상 크지 못하게 손발을 묶겠다는 것이다. 동네 책방을 살리자고 대형서점의 참고서 판매를 제한하는 것도 우습다. 동네 서점이 어려운 건 온라인서점 때문이지 번화가에 있는 대형서점 때문은 아니다.

창업을 할 때는 누구나 사업을 크게 키울 꿈을 꾼다. 그런데 지금 동반위는 소규모 자영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커가는 성장 사다리를 모두 걷어차 버리고 있다. 자영업은 모두 고만고만한 영세사업자나 골목 구멍가게로만 남으라는 식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 및 대기업으로 커나가는 기회의 사다리를 연결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중소기업으로 남아 온갖 혜택만 누리려는 피터팬 증후군을 더 부추길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은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평균 7400개의 치킨집이 새로 생기고 이 중 5000개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처럼 경쟁 압력이 심한데 여기서 탈출할 돌파구를 막아버리겠다는 게 지금의 중기적합업종이다. 이렇게 자영업 성공의 길을 모두 원천봉쇄하는 게 동반성장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