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국가 상대 380억 승소…파산 모면하나
파산 위기에 몰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주주들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제3자 배정방식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결의했다.

특히 철도기지창 일부 부지를 무단 점유한 우정사업본부로부터 380억원가량을 배상받게 돼 내달 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7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코레일을 제외한 민간 출자사 이사 7명의 찬성으로 토지주(철도기지창)인 코레일이 돌려줘야 할 토지대금 등 청산자금 3073억원을 담보로 한 ABCP 발행안을 통과시켰다.

ABCP를 통해 금융권에서 자금을 끌어오려면 코레일이 ‘사업 무산시 토지를 돌려받는 대신 토지대금과 기간이자를 민간사업자에게 돌려준다’는 내용의 반환확약서(담보)에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코레일은 자사가 지급한 ‘랜드마크 빌딩’ 선매입 계약금(4342억원)이 민간 출자사들의 청산자산(3073억원)보다 많은 만큼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실제 자금조달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500억원의 CB 발행안건도 통과됐지만 실현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작년 12월 주주 배정 발행도 실패한 상황에서 외부 투자자(제3자)를 모으는 게 쉽지 않아서다. 한 민간 출자사 관계자는 “드림허브가 파산하면 자본금과 땅값 등 4조원이 사라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코레일과 극적인 합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하려던 7094억원 규모의 소송 안건(랜드마크빌딩 2차 계약금 청구 등 3건)은 부결됐다. 코레일과의 마지막 타협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는 이날 코레일이 매각한 철도기지창 내 우편집중국 부지(1만8480㎡)를 무단 점유한 우정사업본부가 드림허브에 380여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일부 승소 판결과 함께 배상금액의 가집행을 허용했기 때문에 드림허브 측은 곧바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항소와 동시에 강제집행에 대한 이의제기가 가능하지만, 배상금을 안 내고 항소할 경우 지연 이자가 연 20%로 높기 때문에 우정사업본부는 일단 배상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상액이 들어올 경우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이자 59억원과 밀린 해외설계비 103억원 등을 지급할 수 있어, 4월까지는 별도 자금 없이도 파산을 막을 수 있다.

당장 다음달 파산 위기는 넘겼지만 사업 1, 2대 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의 시각 차이가 여전해 사업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코레일은 부동산시장 침체를 감안해 분양 가능 구역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해 유입된 자금으로 후속 사업을 추진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롯데관광은 길어진 사업기간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이유로 통합개발을 고수하고 있다. 주요 시설 분양가 등 사업성을 놓고도 양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드림허브가 파산할 경우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30개 출자사 간 책임을 따지기 위한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출자사 중에는 외국계 투자자인 푸르덴셜(지분 7.7%)이 포함돼 있어 국제적인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