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수요 맞춤형 교육을 받은 ‘젊은 기능 명장’ 3375명이 산업현장으로 뛰어든다. 2000여 기업들과 함께 길러낸 마이스터고 첫 졸업생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업현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7일 인천 전자마이스터고가 졸업식을 개최하는 등 다음주까지 전국 21개 마이스터고가 졸업식을 열고 첫 졸업생 3375명을 배출한다고 발표했다.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취업 많아

마이스터고는 정보기술(IT), 자동차, 제철 등 특정 산업에 최적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해 졸업 후 산업현장에 투입할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고교다. 2010년 개교해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21개 마이스터고의 경우 2월 현재 졸업생 3375명 가운데 3157명(93.5%)의 취업이 확정됐다. 서울 수도전기공고, 대전 동아마이스터고, 울산마이스터고 등은 졸업생 전원이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 유형별로는 대기업 26.9%, 중견기업 12.1%, 중소기업 45.2%, 공기업 15.8% 등이다. 수도권 주요 대학을 졸업해도 쉽지 않은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업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취업자의 99% 이상이 정규직이다. 특히 중공업 엔지니어와 외항선 항해사 등 웬만한 대졸자보다 많은 보수를 받거나 자동차 손해사정사 같은 전문직에 진출하는 사례도 나왔다.

○2142개 기업과 산학협력

마이스터고 돌풍은 기업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으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데 주력한 덕분이다. 출범 당시부터 대기업 임원이 개방형 공모로 교장이 될 수 있게 산업계에 문호를 개방했고 산업현장 기술자들이 교육에 참여했다. 지난해 말 현재 2142개 기업이 마이스터고와 협약을 맺고 교육과정 공동 개발, 기업체 현장실습, 실습 기자재 기증, 채용 약속과 같은 활동을 벌여왔다.

정부도 마이스터고 육성을 위해 학비를 면제했고 기숙사도 지원했다. 사교육비와 학교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국제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와 이코노미스트지는 마이스터고를 세계 최고의 직업교육 혁신 사례로 선정하기도 했다.

○선취업 후진학 생태계 구축 시급

마이스터고는 뉴미디어콘텐츠, 에너지, 반도체, 전자, 모바일, 철강·기계 등 20개 분야에서 28개 학교가 운영 중이다. 올해에도 원자력발전과 친환경농축산, 석유화학 등과 연계된 학교 7곳이 문을 연다. 올해는 신입생 경쟁률이 3 대 1을 넘을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고용시장에서 학력 차별 없이 대졸자와 동등하게 진급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또 후진학을 통해 경력을 개발하고 명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선취업 후진학의 진학·취업 생태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명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마이스터고지원센터 소장은 “많은 기업이 대졸자 중심의 인사제도를 갖고 있는데 이를 능력 중심의 인사관리로 바꾸어야 하며,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이 일과 학습을 병행해 경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대학 재직자특별전형 확대 등 후진학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