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사진)은 외교가에서 최고 중국전문가로 통한다. 중국에서 일하는 외교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대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1973년 외무부에 들어가 2009년 장관직에서 물러나 은퇴할 때까지 중국만을 바라보고 한길을 달려왔다. 1992년 한·중 수교, 1997년 황장엽 망명, 2003년부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된 6자회담 등 한·중 외교사의 주요 역사적 현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김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 초기까지 세 정권에서 최장수(2001년 10월~2008년 3월) 주중대사를 지냈다. 이 과정에서 폭넓고 두터운 현지 인맥을 쌓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를 대사로 임명했을 때 중국 정부는 “오랜 친구가 온다”며 베이징 도착 이틀 만에 장쩌민 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청하고 이튿날 조어대에서 환영 만찬을 열었다. 중국 외교부의 모든 전례를 깬 파격적인 대우였다.

《김하중의 중국이야기 1, 2》는 그가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최고 지도자를 비롯 36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수천명의 중국 고위 인사 및 지식인들과 직접 만나 대화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이 책엔 각주가 없다. 기존 저서나 자료를 찾아 쓴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서다.

1권은 2002년 발간한 《떠오르는 용, 중국》의 개정 증보판이다. 저자는 중국인의 기질을 자연 조건과 역사적 환경,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나아가는 과정과 배경,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고민, 중국 외교의 원칙과 목표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2권은 현대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의 역사와 과제, 미래를 다뤘다. 저자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 한·중 수교 배경과 숨은 공로자부터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북핵 문제, 탈북자 문제 등 ‘총성 없는 전쟁터’ 같은 외교 현장 이야기를 ‘현 단계에서 밝힐 수 있는’ 선에서 생생하게 들려준다. 또 한국과 중국, 중국과 북한의 얽히고설킨 사건과 관계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면서 “앞으로도 한국과 중국 간 관계에 끝없는 도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영원한 이웃으로서 양국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중국을 상대하는 정부와 사회 지도층에 △무조건 높은 사람을 만나려고 하지 말 것 △서두르지 말 것 △한국인의 품격을 유지할 것 △항상 국익을 우선하고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후배 외교관들에게는 △중국어와 중국 역사를 깊이 공부하고 △중국 근무를 전쟁터로 생각하며 △중국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부드럽지만 의연하고 담대하게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