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新疆) 지역은 197명이 죽고 1700여명이 다친 2009년의 우루무치 유혈 사태로 일반 대중에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폭력 사태는 그 이전에도 자주 발생했다. 1990년대 내내 크고 작은 시위와 테러, 유혈 충돌이 있었고 이 때문에 신장 지역은 ‘중국의 화약고’로 불렸다. 중국은 2009년 사태 이후 신장 전 지역에서 이메일, 인터넷 등의 통신 수단을 공식적으로 차단했다.

충돌의 이유는 뭘까. 신장 지역에 관한 책을 썼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이미 요주의 인물이 된 제임스 A 밀워드 조지타운대 교수가 다시 신장 지역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 《신장의 역사-유라시아의 교차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겠다.

2009년 사태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중국의 통치에 대한 이 지역 위구르족의 저항이다. 몽골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등 8개 국가와 경계가 맞닿아 있는 신장은 그 이름부터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지역이다. 신장이란 이름은 18세기 중반 청나라가 이 지역을 정복한 뒤 ‘새로운 강역’이란 뜻으로 붙인 이름이어서 중립적이지 않다. 고대와 중세 시대에는 이란계 및 투르크계가 중국과 관계 없이 독자적인 역사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저자 또한 책에서 비교적 중립적인 ‘중국령 투르키스탄’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중국의 시각에선 중립적이지 않은 단어겠지만.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의 목표는 신장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에 대한 의견 개진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예로부터 ‘서역(西域)’으로 알려진 유라시아의 교차로로,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접촉하게 하며 세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신장의 역사’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그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그는 600쪽이 넘는 책에서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철저히 ‘지역’을 중심 삼아 신장의 통사를 풀어낸다.

고대부터 이슬람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던 16~19세기, 청제국과 민족주의가 갈등했던 19세기 후반,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독자적인 국가까지 만들었던 20세기 초반, 중국 통치 아래에서 분리주의와 세계화의 면모를 모이는 현재까지의 역사다.

그는 마지막에 이르러서도 그저 세 인물을 제시할 뿐 미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다. 백만장자 출신으로 어느날 정치범이 돼 미국으로 망명한 자칭 ‘모든 위구르인의 어머니’ 라비예 카디르, 한족 출신으로 신장에서 세계적 갑부가 된 쑨광신, 위구르 전통 줄타기 곡예 영웅 아딜 호슈르. 그러나 이 세 명을 설명하는 동안 저자는 넌지시 자신이 생각하는 신장의 길을 드러내기도 한다. 카디르가 미국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는 동안 800만 위구르인들은 여전히 신장에 있고, 신화적 기업가 쑨광신 또한 신장을 삶의 근거로 삼지 않는다. 반면 호슈르는 신장에 남아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위구르인들을 위로하며 ‘균형’을 잡아 나간다.

신장은 한반도에서 거리상으로는 멀지만 결코 무관한 곳이 아니다. 중국은 물론 미국과 러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전체가 관련된 지역인 만큼 우리의 관심도 필수적이다. 서울대 중앙유라시아연구소 교양총서 2권으로 나온 이 책으로 신장을 이해하는 지평을 넓혀보면 어떨까.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