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 부산대 교수, 매운 성분과 알코올 상관관계 분석

매운 음식을 즐겨먹는 사람의 알코올 중독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시에 알코올 중독 치료제의 약물 치료 효과 또한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매운 음식과 알코올이 뇌 신경 아편계에 동일한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운 음식은 알코올 자극을 대신할 수 있으며 서로의 작용을 상승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것. 보상작용을 담당하는 아편계 작용 여부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규명한 의미가 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김성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가 지난 4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신경과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해 주목받았다. 연구 결과가 '시드니 모닝 헤럴드' 5일자와 6일자에 연이틀 보도되는 등 현지 언론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8일 부산대에 따르면 김 교수는 쥐에 매운 고추 주성분을 주입한 결과 대뇌 아편계가 활성화됨을 입증했다. 알코올 주입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이후 임상 연구와 비교 측정을 통해 알코올 중독 환자가 일반인보다 매운 음식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매운 것을 좋아하고 잘 먹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알코올 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같은 원리를 이용해 알코올 중독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뇌 신경에 유사한 자극을 주는 매운 성분이 알코올에 대한 욕구를 줄일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실험에서 알코올에 중독된 생쥐에게 매운 성분을 주입하면 술을 적게 마신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김 교수는 또 추가 실험을 통해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경우에만 술을 마실 때 느끼는 즐거움이 날트렉손(알코올 중독 치료제)에 의해 차단됐다고 보고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는 사람일수록 알코올 중독 치료제의 약물 치료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사람은 알코올 중독 가능성도 높지만 치료제 약물 효과 역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며 "이번 연구는 매운 맛을 좋아하는 문화적 특성을 파악해 중독 질환 자체를 예방하고, 치료제 효과 증진을 위한 임상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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