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랑카드' 과열…현금주며 고객잡기
서울 아현동에 사는 주부 김정숙 씨(38)는 최근 한 카드모집인에게서 현금 5만원을 받고 다음달부터 정부의 보육료 지원을 받는 데 필요한 ‘아이사랑카드’와 함께 신용카드를 별도로 만들었다. 아이사랑카드를 발급받을 때 신용카드를 하나 더 만들면 현금 5만원 혹은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주겠다는 모집인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오는 3월부터 만 5세 이하에 대한 무상보육 전면 시행을 앞두고 불법 신용카드 모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드사들은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2종으로 발급받는 아이사랑카드 중 ‘아이사랑 신용카드’에만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해 신용카드 남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사랑카드’를 발급하는 곳은 우리은행과 KB국민카드, 하나SK카드 등 세 곳이다. 정부에서 보육료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아이사랑카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특히 지난 4일부터 정부가 보육료 지원을 위한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달 들어 불법 영업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육아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카페에는 아이사랑카드를 만들고 5만원 안팎의 현금이나 사은품 등을 받았다는 사례와 해당 카드 모집인을 연결시켜 달라는 게시물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아이사랑카드를 만들 때 1000원 이상 금품을 주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6조의 7에서는 신용카드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회비가 없는 아이사랑카드는 평균 연회비인 1만원을 적용받는다.

은행 및 카드사들은 ‘아이사랑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사람에 한해 ‘아이사랑 체크카드’에는 없는 각종 혜택을 제공하면서 신용카드 발급을 부추기고 있다. 하나SK카드는 ‘아이사랑 신용카드’ 고객에게만 보육료 본인 부담금 월 1만원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카드는 3월 분사를 앞두고 아이사랑카드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아이사랑카드가 주부들의 주력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불법 모집을 사실상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11년까지 단독 사업자였던 신한카드가 빠지고 지난해부터 3개 은행 및 카드사가 동시에 사업에 참여하면서 발급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지난해까지는 기존 신한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3개 사업자가 발급하는 아이사랑카드로 반드시 전환해야 한다.

게다가 올해부터 만 3~4세 아동이 있는 가구 중 소득 상위 30%도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부모들도 늘어났다. 대상 아동은 44만명이다. 올해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전체 아동은 128만명에 이른다.

잠잠하던 카드 불법 모집이 기승을 부리는데도 금융감독당국은 단속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단속에 소극적이다.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불법 모집은 쪽지로 연락처와 방문지를 교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단속을 위한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는 해명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 아이사랑카드

3월부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만 0~5세 자녀를 둔 부모가 정부의 보육 지원금을 받아 어린이집 이용 때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카드. 부모가 어린이집에서 이 카드로 보육료를 결제하면 금융회사가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아 부모 부담금을 제외한 보육료를 어린이집에 대신 입금해주고 나머지 금액만 부모에게 청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