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작년 4분기 실적 시즌이 종반을 향해 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포문을 연 것과 달리 대다수 기업들이 원화 강세와 경기 둔화 여파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7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60사 가운데 68.33%에 달하는 41사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미달한 영업이익(개정 기준)을 냈다.

특히 집계 기업의 절반이 넘는 31개(51.66%)의 경우 컨센서스를 10% 이상 하회한 '어닝쇼크'였다. 반면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돈 기업은 10개(16.39%)에 불과했다.

최근 실적 전망치가 꾸준히 하향 조정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많은 기업들이 낮아진 시장의 눈높이도 맞추지 못한 것. 원화 강세 여파로 전차(電車)군단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비롯해 조선, 화학 등의 종목군들에서 부진한 실적 발표가 줄을 이었다.

IT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5.8% 웃돌았지만 SK하이닉스(영업이익과 컨센서스 간 괴리율 -37.96%), LG전자(-44.73%), LG이노텍(-63.45%), 삼성SDI(-98.15%) 등이 어닝쇼크였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13.47%), 기아차(-41.88%)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화학 대장주인 LG화학(-23.67%)도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조선주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3.8% 급감한 543억 원을 기록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평균)를 89.78% 밑돌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 급격한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변동 피해가 기업실적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업종대표주들의 실적이 대부분 발표됐는데 예상치를 크게 밑돌아 부진한 성적으로 평가된다" 며 "단기 원화 강세와 경기 둔화 여파로 많은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또 시장의 관심은 기업실적이 지난해 4분기를 바닥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 여부로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비수기로 1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감소할 전망인 만큼 전체 실적 반등 기조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배 연구원은 "1분기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1분기 경기 호전을 고려하면 춘제(구정) 이후 중국 수요 개선 등에 대한 확신이 갖춰지면서 투자심리도 호전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말 당시 1070.60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올 들어 1050원 대로 떨어졌다가 1090원선까지 반등한 점은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 1분기와 연간 기업 실적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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