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선 조상의 시신이 썩지 않는 상태를 두려워한다. 땅속에 매장하면 살과 피는 곧 썩어 흙이 되고, 사람의 정령이 응결된 뼈만이 남아 동질의 기를 지닌 후손에 감응을 일으키는 것이 최상이다. 보통의 땅에 매장할 경우 3~5년 지나면 시신의 육탈은 깨끗이 완료된다. 하지만 무덤 안에 물이 차 있으면 수십 년이 지나도 시신이 흉측한 상태로 그대로 남는 경우가 흔하다. 하늘과 땅 위, 그리고 땅속을 무소불위로 흘러 다니는 물은 생명체가 아니다. 스스로 필요에 의해 존재하니 수맥이 있는 곳에는 묘를 쓰지 말아야 한다. 또 석관을 써 매장하면 반드시 무덤 속에 물이 생겨 피해를 입힌다.

1997년 전남 광양의 옥룡사에서 도선국사의 부도지 발굴이 있었다. 도선국사는 고려 초 풍수가로, 개성을 고려의 도읍지로 잡은 분이다. 석곽 안에 놓인 석관에서 유골이 노출되었는데, 석관의 뚜껑을 열어 보니 관 안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어떻게 정교하게 덮은 뚜껑을 뚫고 물이 들어갈 수 있었을까? 논문을 발표한 C교수는 “처음부터 물을 석관에 넣은 것으로 볼 수 없다. 석곽과 석관 사이에는 고운 흙이 차 있었는데, 장마 등으로 이곳에 물기가 배어들었다. 그런 다음 삼투압 현상에 의해 계속해서 석관으로 물이 유입되어 결국 이처럼 물이 가득차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땅속에 있는 석관은 흙으로 에워싸여 있어 한 번 들어온 물이 쉽게 증발할 수도 없을 뿐더러 설령 물이 증발되더라도 다시 흡수되어 관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계속해서 물이 차게 된다는 이야기다. 보통 석관에 시신을 안장하고 관과 뚜껑 사이를 석회로 바르면 관에 물이 차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음이 입증되었다. 부자일수록 효도하는 마음에서 조상을 석관 안에 장사지내길 원한다. 하지만 정교하게 만든 석관은 오히려 물이 차 배수가 되지 않을 뿐더러 땅속에 응집된 생기까지 받을 수 없으니, 석관을 써 시신을 안장하는 것은 오히려 조상께 불효를 저지르는 일임에 틀림없다.

어느 회사에서 ‘옥관은 수맥 등 나쁜 기운을 막아 주기 때문에 대가 끊기거나 후대에 화가 미치는 것을 방지해 준다는 속설이 있다’고 선전하며 수천만원하는 옥관을 판매한 적이 있다. 옥관도 재질이 돌이기 때문에 석관과 마찬가지로 관 안에 물이 찬다.

요즘은 화장이 대세다. 화장 후 유골분을 유골함에 담아 안치하는데, 흙으로 만들어 구운 유골함은 결로 현상이 덜 일어나 오랜 세월이 지나도 유골함 안에 물이 생기거나, 유골분이 떡처럼 굳어지는 일이 적게 발생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비싼 대리석 내지 옥돌 등은 물을 빨아들여 피해를 입히니 구태여 석관이나 석재유골함을 써 가며 피해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