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소형 빌딩의 거래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 빌딩 시장이 침체되고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빌딩 전문 중개업체인 원빌딩부동산중개는 서울에 있는 5000개 주요 빌딩을 대상으로 연도별 거래 건수를 분석한 결과 10억~50억원 규모의 소형 빌딩은 2010년 212건, 2011년 286건, 2012년 290건 등으로 거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하지만 중대형 빌딩(50억~500억원)의 거래는 지난해 168건으로 2011년(197건)에 비해 15.7% 감소했다. 규모별로는 50억~100억원짜리 빌딩 거래가 2011년 113건에서 지난해 93건으로 줄었고, 100억~200억원 규모의 빌딩은 55건에서 47건으로 감소했다. 또 200억~500억원 규모의 빌딩 거래는 29건에서 28건으로 줄었다.

중대형 빌딩 거래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소형 빌딩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유동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소형 빌딩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백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소형 빌딩은 투자 금액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 자산가들의 접근이 쉽고 임대수익률도 대형 빌딩보다 높은 편”이라며 “강북권에서는 아파트 같은 주거용 부동산을 팔고 소형 빌딩을 사들여 자산구조를 리모델링하고 싶다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소형 빌딩은 은행 담보 대출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오동협 원빌딩부동산중개 사업팀장은 “중소형 빌딩 담보 대출은 임대사업자 융자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적용이 안 되고, 은행들이 일반 가계 대출보다 빌딩 대출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빌딩을 전문적으로 관리해 주는 자산관리회사가 늘어나는 것도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오 팀장은 “임차인의 시설 관리를 도와주는 빌딩관리업체가 많이 생기고, 리모델링 등으로 빌딩 임대 여건을 개선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