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불발되는 시공사 선정
11일 서울 성내동 미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지난 5일 마감된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입찰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지난해 말에 이어 두 번째 유찰이다. 조합 측은 6일 입찰 공고를 내고 내달 다시 사업제안서를 받을 예정이지만 시공사 선정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세 번째 입찰에서도 시공사가 결정되지 않으면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470여가구로 재건축되는 이 단지는 2008년 시공사로 선정됐던 벽산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사업이 사실상 멈췄다.
지난달 서울 공릉동 태릉현대아파트도 두 번째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지만 유찰됐다. 이 단지는 1000여가구에 공사비만 2000억원이 넘어 강북권의 대표적 재건축단지로 꼽히는 곳이다. 조합은 분양성을 높이기 위해 전용 60㎡ 이하 소형 주택 비율을 21.1%에서 32.5%로 크게 늘려 시공사 선정에 다시 나설 예정이다.
4100여가구를 신축하는 대형 사업인 고덕 주공2단지 재건축도 지난해 7월과 12월 두 차례 시공사 입찰이 유찰됐다. 세 번의 입찰 공고에도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한 서울 상도 대림아파트는 단독 입찰한 경남기업을 시공사로 선정하기 위해 지난해 말 임시총회를 개최했지만 조합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까다로운 조합 요구도 원인
재건축 단지가 시공사 선정에 번번이 실패하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조합의 요구 수준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고덕 주공2단지는 지난해 높은 무상지분율(기존 평형 대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평형)과 공사비를 신축 아파트로 대신 지급(대물변제)하도록 하는 조건 때문에 유찰됐다. 작년 말 실시된 재입찰에선 분양 위험을 조합이 지고 미분양 발생 때 조합과 시공사가 협의하기로 조건을 완화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태릉현대아파트의 경우 시공사들의 부담이 덜한 도급제 방식을 채택했지만 역시 대물변제 조건에 건설사들이 거부감을 보였다.
◆가격 하락에 거래 거의 없어
시공사 선정이 유찰된 단지들은 실망 매물이 쌓여 가격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고덕 주공2단지 전용 48㎡는 작년 상반기 5억6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최근 4억6000만원으로 1억원 정도 떨어졌다. 상도 대림아파트 전용 73㎡도 같은 기간 5억2000만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하락했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리써치팀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조합들이 주택경기가 좋았던 예전의 조건들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 시공사 선정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