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쿵쿵'…층간소음 분쟁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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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 시끄럽다" 설 명절 방화에 살인까지
지난해 민원 7000여건 넘어
바닥두께 얇아 소음 무방비
범칙금 물리고 자체규제 필요
지난해 민원 7000여건 넘어
바닥두께 얇아 소음 무방비
범칙금 물리고 자체규제 필요
설 명절 연휴 윗집과 아랫집의 층간소음 문제로 칼부림과 방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분쟁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적절한 조정 방안이나 법 규정, 기준이 미흡해 이웃 간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설 명절, 방화에 칼부림까지
서울 양천경찰서는 윗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 6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박모씨(49)에 대해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설 당일인 지난 10일 ‘소란스러워 공부를 할 수 없다’며 다가구주택 윗집 홍모씨(67)와 말다툼을 하다 휘발유가 담긴 맥주병을 홍씨 집 거실에 던지고 불을 지른 혐의다. 두 살배기 손녀를 포함한 피해자 가족 3명은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사법고시 준비를 오래 해온 박씨는 평소 홍씨가 술에 취해 떠드는 소리 등 층간소음 문제로 범행 1주일 전부터 불면증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9일에는 서울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김모씨(45)가 윗집 김모씨(33) 형제 2명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피의자 김씨는 설을 맞아 아버지 집을 찾은 김씨 형제에게 “시끄럽다”며 항의한 뒤 이들을 아파트 화단으로 불러내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 형제는 출혈과다로 숨졌다.
이처럼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다툼은 해마다 늘지만 법적 규제나 조정 방안은 허술하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 정부도 지난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발족시켰다. 이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12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이 7000여건에 달했다. 이 센터가 만들어지기 전인 2011년까지 앞서 7년간 전국 지자체가 접수한 민원 건수(1871건)의 3배를 넘는 수치다.
정부는 또 민원 발생 증가 추세를 감안해 층간소음으로 인정되는 기준을 다음달부터 1분 평균 ‘낮 40dB(데시벨) 이상, 밤 35dB 이상’으로 강화키로 했다. 현재 소음 기준은 5분 평균 ‘낮 55dB 이상, 밤 45dB 이상’이지만 기준이 낮다는 불만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소송은 비현실…아파트 자체 규제 절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사회적 조정 방안이나 정부 주도의 규제 조항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소송보다는 개인 간 화해를 권고하는 게 현실이다. 2004년 이전 지은 아파트는 바닥 두께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 더욱 민원의 대상이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환경분쟁조정제도와 같은 손해배상 제도가 있지만 소음으로 인한 재산상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 등 민원 제기자에게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실제 층간소음과 관련해 일선 경찰이 출동해도 상호 합의를 권하는 정도다.
미국은 층간소음 민원이 발생하면 관리사무소에서 일정 횟수(3회 등) 경고를 한 뒤 다시 어기면 강제 퇴거시키는 규정을 둔 곳이 많다. 독일은 ‘연방질서법’으로 불필요한 소음 배출에 대해 과태료(최대 630만원까지)를 물린다.
소음 전문가인 박영환 한국기술사회 부장은 “유럽처럼 소음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범칙금을 물릴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아파트 자체적으로 관리규약을 만들어 스스로 지키도록 단기적인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섭/박상익 기자 duter@hankyung.com
◆설 명절, 방화에 칼부림까지
서울 양천경찰서는 윗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 6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박모씨(49)에 대해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설 당일인 지난 10일 ‘소란스러워 공부를 할 수 없다’며 다가구주택 윗집 홍모씨(67)와 말다툼을 하다 휘발유가 담긴 맥주병을 홍씨 집 거실에 던지고 불을 지른 혐의다. 두 살배기 손녀를 포함한 피해자 가족 3명은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사법고시 준비를 오래 해온 박씨는 평소 홍씨가 술에 취해 떠드는 소리 등 층간소음 문제로 범행 1주일 전부터 불면증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9일에는 서울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김모씨(45)가 윗집 김모씨(33) 형제 2명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피의자 김씨는 설을 맞아 아버지 집을 찾은 김씨 형제에게 “시끄럽다”며 항의한 뒤 이들을 아파트 화단으로 불러내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 형제는 출혈과다로 숨졌다.
이처럼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다툼은 해마다 늘지만 법적 규제나 조정 방안은 허술하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 정부도 지난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발족시켰다. 이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12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이 7000여건에 달했다. 이 센터가 만들어지기 전인 2011년까지 앞서 7년간 전국 지자체가 접수한 민원 건수(1871건)의 3배를 넘는 수치다.
정부는 또 민원 발생 증가 추세를 감안해 층간소음으로 인정되는 기준을 다음달부터 1분 평균 ‘낮 40dB(데시벨) 이상, 밤 35dB 이상’으로 강화키로 했다. 현재 소음 기준은 5분 평균 ‘낮 55dB 이상, 밤 45dB 이상’이지만 기준이 낮다는 불만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소송은 비현실…아파트 자체 규제 절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사회적 조정 방안이나 정부 주도의 규제 조항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소송보다는 개인 간 화해를 권고하는 게 현실이다. 2004년 이전 지은 아파트는 바닥 두께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 더욱 민원의 대상이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환경분쟁조정제도와 같은 손해배상 제도가 있지만 소음으로 인한 재산상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 등 민원 제기자에게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실제 층간소음과 관련해 일선 경찰이 출동해도 상호 합의를 권하는 정도다.
미국은 층간소음 민원이 발생하면 관리사무소에서 일정 횟수(3회 등) 경고를 한 뒤 다시 어기면 강제 퇴거시키는 규정을 둔 곳이 많다. 독일은 ‘연방질서법’으로 불필요한 소음 배출에 대해 과태료(최대 630만원까지)를 물린다.
소음 전문가인 박영환 한국기술사회 부장은 “유럽처럼 소음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범칙금을 물릴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아파트 자체적으로 관리규약을 만들어 스스로 지키도록 단기적인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섭/박상익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