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보험금 청구절차가 복잡하고 증빙서류가 많다며 보험사 및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최소한 소액 청구건의 경우 병원에서 치료받은 영수증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간소화해야 한다는 게 보험 가입자들의 요구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부담한 치료비를 80~100% 돌려주는 보험 상품으로, 전국적으로 3000여만명이 가입했다.
◆“영수증 왜 안되나” 실랑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계약자들이 치료비 등을 청구할 때 진단서나 진료확인서, 초진차트 등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서류 발급비용이 병원에 따라 최고 2만~3만원에 달한다. A보험 관계자는 “보상 담당자가 보험사기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병명이 기재된 서류가 꼭 필요하다”며 “병원에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서류를 끊어주면서 종이 장사를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실손보험은 외래 진료 때 1만(개인병원)~2만원(종합병원)을 공제하고, 처방조제비의 경우 건당 8000원을 뺀 나머지를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병원비가 2만~3만원 나오면 서류 발급비용을 감안할 때 보험사에 치료비를 청구하는 게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한 실손보험 가입자는 “병원비 영수증을 모아놨다 한꺼번에 청구하려고 했더니 추가 서류가 많이 필요하다더라”며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적게 주려고 일부러 복잡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화재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소액 청구건에 한해 병원 영수증만 있으면 치료비를 환급해주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규정상 진단서 등이 필요하지만 고객 민원이 많이 발생해 2010년부터 50만원 이하인 경우 영수증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입 땐 단순, 해약 땐 복잡
실손보험 계약자들은 보험에 가입할 때와 보험금을 청구할 때 확연히 다른 보험사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준비서류뿐만 아니라 처리시간도 크게 차이나서다.
소비자들이 보험사와 실손보험 계약을 맺을 때는 설계사는 물론 전화나 인터넷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험 가입 시간은 길어야 5~10분 정도다.
반면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가입자가 각종 서류를 구비해 보험사 지점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10만~30만원의 소액 신청건만 팩스로 접수할 수 있다. 작년 말 당국이 인터넷을 통해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지도했지만, 상당수는 이마저도 제한하고 있다.
보험계약을 철회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입자가 본인 확인을 해줘도 전화 녹취만으로는 대부분 불가능하다. 가입증명서와 신분증 사본 등을 별도로 보내야 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