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低)를 밀어붙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엔 자국 기업을 상대로 임금 인상 압박에 나섰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 등에서 혜택을 본 만큼 임금 인상을 통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하락) 탈출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 협조해 달라는 메시지다.

아베 총리는 12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재계와의 의견교환회’를 열고 요네쿠라 히로마사 게이단렌(經團連·한국 전경련에 해당) 회장 등 경제 3단체장에게 근로자 임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무제한 금융완화와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골자로 한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국민들의 일상에 파급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는 재계와의 의견교환회에 앞서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대다수의 국민들이 경기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재계가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기간 경기침체로 임금 인상보다는 하락 저지에 중점을 뒀던 일본 노동계도 아베 총리의 정책을 등에 업고 기업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게이단렌 등 사용자 측은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적이 실제 개선되는 것은 올여름 이후인 만큼 조기 임금 인상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