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차 핵실험 때보다는 폭발력이 커졌지만, 북한이 주장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에는 못 미치는 규모다.”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국방부가 내린 평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핵실험 직후 “제3차 지하 핵실험은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해 높은 수준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지만, ‘완전한 성공’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수소폭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으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예상도 했지만 폭발력이 거기엔 훨씬 못 미친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의 연쇄적인 추가 핵실험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진도 4.9… 폭발력 6~7㏏ 추정

이번 핵실험은 진도 4.9 규모의 인공지진파를 낳았다. 2006년 1차 핵실험과 2009년 2차 핵실험 때의 진도는 각각 3.9와 4.5였다. 이번 핵실험의 진도를 1, 2차 때와 비교하면 각각 1.0, 0.4가 높다.

국방부는 이 같은 진도를 근거로 핵 폭발력을 6~7㏏(킬로톤)으로 추정했다. 1㏏은 TNT 1000t이 폭발하는 것과 같은 규모다. 때문에 이번 핵실험은 TNT 6000~7000t 규모로 볼 수 있다. 북한의 1, 2차 핵실험 때의 폭발력은 각각 1㏏과 2~6㏏이었다. 3차 때의 폭발력이 2차 때보다는 약간 향상된 셈이다.

군 관계자는 그러나 “북한이 주장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이라면 10㏏ 이상은 돼야 하는데 거기에 못 미치는 규모”라며 “그간 예상했던 폭발력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투하된 미국 핵폭탄의 폭발력은 각각 21㏏과 16㏏에 달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 증폭핵분열탄의 폭발력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이 핵 무기화에 성공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 원장은 “북한은 핵기술은 있고 장거리 탄도 미사일도 갖췄다고 보지만 이번 핵실험에서 소형·경량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북한 “장거리 로켓 계속 발사”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원래 북한의 3차 핵실험 폭발력이 15㏏ 이상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핵 폭발력 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자 군과 정보당국은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탄두의 소형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폭발력을 높일 수 있는 추가 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한·미 연합감시 자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면밀히 감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98년 5월 각각 5차례, 6차례의 핵실험을 이틀 간격으로 실시했고, 그 4~5년 뒤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사례가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가려고 했다면 이번에 여러 발을 동시에 터뜨리는 동시다발 핵실험을 했을 것”이라며 “한 발을 터뜨린 것은 핵을 협박 수단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난 1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장거리 로켓을 계속 발사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손에는 핵, 또 다른 손에는 장거리 로켓을 들고 미국과 한국을 계속 협박하겠다는 얘기다.

■ ㏏(킬로톤)

일반적으로 1000t을 의미하는 무게 단위이지만 핵폭탄의 폭발 규모를 측정하는 단위로도 흔히 사용된다. 즉 1㏏은 TNT 1000t이 내는 폭발력과 같다는 뜻이다. 이번 북한 핵실험에 사용된 핵폭탄은 6~7㏏ 규모로 과거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약 16㏏)’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