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 대북 경계태세 강화, 정부 규탄성명 발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의 긴급 회동 등 일련의 대응조치를 발빠르게 진행했다. 전날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북한의 핵실험 강행 통보를 전달받아 사전에 만반의 태세를 갖췄기 때문에 이런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처음 포착한 것은 이날 오전 11시57분께 기상청이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진도 5.1의 인공지진을 감지하면서부터다. 나중에 진도는 4.9로 수정됐지만 이 지진파 감지는 즉각 청와대와 국방부 등에 보고됐고, 정부는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은 지진파가 포착됐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곧바로 오후 2시 예정돼 있던 수석비서관회의를 취소했다. 대신 이보다 1시간 앞당겨 이른바 ‘지하벙커’로 불리는 국가위기관리 상황실에서 NSC를 소집했다.

천영우 외교안보수석과 안광찬 국가위기관리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은 북한발(發) 지진파의 세기와 파형 등을 분석해 핵실험 종류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외교안보라인 이외의 수석실 직원들도 오찬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사무실에 복귀해 비상대응 체제를 갖췄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1시15분 김성한 제2차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미국 출장 중인 김성환 장관은 뉴욕 현지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유엔주재 대사를 만나 안보리에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도 이날 낮 12시50분부터 김천식 차관 주재로 주요 부서 실·국장들을 불러 긴급 상황점검 회의를 열어 북한의 동향 파악에 나섰다.

한·미연합군사령부는 북한의 추가 군사도발에 대비해 대북정보 감시 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높였다.

이날 오후 2시30분께는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서 천 수석이 1시간20분간 열린 NSC 결과를 정부 성명 형태로 발표했다. 정부는 성명에서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을 공식 확인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실험 강행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 1874호, 2087호 등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북한은 이런 도발행위로 야기되는 모든 결과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현재 개발 중인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조기 배치하는 등 군사적 대응능력을 확충하는 데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적 대응 언급은 이례적이다.

오후 3시엔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만나 23분간 단독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회동에서 “북한이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와 만류에도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세계적으로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라며 정권 이양기에 흔들림 없는 대북정책을 견지하기로 했다.

한편 천 수석은 지난 11일 미국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3차 핵실험을 통보받은 뒤 30분 만인 오후 9시30분께 한국 정부에 정보를 전달했고, 청와대도 이 사실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관계부처에 즉시 전파했다고 밝혔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