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걸그룹 '미지' "대금·해금·생황으로 K팝 연주…'강남스타일'처럼 국악 세계화"
‘국악계의 소녀시대’로 불리는 국악 걸그룹 미지가 국악기로 K팝을 연주한 두 번째 미니앨범 ‘오리엔탈 블루’를 발표했다. ‘국악 대중화’를 기치로 2010년 1월 데뷔한 미지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탄생한 걸그룹이다.

리더 남지인(대금)을 비롯해 신희선(피리, 생황), 이영현(가야금), 진보람(가야금), 이경현(해금), 송문선(보컬) 등 멤버 6인이 모두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했다.

팬카페 회원이 3000여명인 미지는 그동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국가적 행사에 초청받아 공연했으며, 발표 곡 ‘흐노니’는 멜론 가요차트 5위까지 올랐다. 지난해 MBC ‘나는 가수다’에서 소향과 함께 무대에 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눈 수술 후 요양 중인 이경현을 제외한 5명의 멤버를 서울 논현동에 있는 소속사 퍼스트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번 앨범은 국악 대중화를 실감 나게 해줄 거예요. 발라드풍 수록곡들은 얼핏 들으면 여느 K팝과 다르지 않거든요. 자세히 음미하면 반주가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거예요. 대금과 해금, 가야금 등 국악기로 연주하니까요.”(남지인)

새 앨범 수록곡은 세 곡. ‘아옹다옹’은 소녀의 서툰 사랑을 발랄한 멜로디에 담았고, 신곡 ‘연모지정’과 드라마 ‘겨울연가’의 테마곡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재해석한 편곡은 애잔하고 슬픈 감성이 돋보인다. ‘겨울연가’의 테마곡을 작곡한 유해준이 모두 작곡했다.

“국악은 슬픈 감정을 서양음악보다 더 잘 표현해요. 악기를 꺾거나 흘리거나 떨면서 한(恨)의 정서를 풀어내니까요. 특히 해금 가락이 심금을 울려요.”(진보람)

판소리를 전공한 송문선은 판소리를 K팝으로 변형시키면서 보컬의 감정 표현이 더 잘 살아났다고 했다. “판소리는 전달력을 중시하지만 가요는 느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판소리는 목에서 힘찬 소리를 내뱉으며(진성) 노래하지만 K팝은 진성뿐 아니라 두성과 가성(힘이 약간 빠진 하이톤의 소리) 등을 모두 사용하죠. 바이브레이션도 각지고 깊은 판소리에 비해 가요는 부드럽기 때문에 감정을 전달하는 데 더 효과적이에요.”

미지는 문화부의 전통예술디지털콘텐츠제작사업에 따라 2박3일간의 합숙 등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쳤고 1년6개월간의 트레이닝 끝에 데뷔했다.

“K팝은 박자를 정확하게 하는 데 신경 쓰더군요. 그런데 국악에서는 메트로놈(박자 측정기)을 사용하지 않아요. 10년 이상 국악을 배운 뒤 K팝을 새로 배우려니 쉽지 않더군요.”(이영현)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에서 초청 공연도 했다. K팝을 연주하다 우리 전통음악도 한두 곡 곁들이면 반응이 폭발적이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할 거예요. ‘강남스타일’이 성공한 것처럼 국악도 세계화하고 싶어요. K팝을 한층 다양하게 해줄 거예요. 우리는 세계 모든 음악을 다 할 수 있는데 7080 음악도 가능하기 때문에 디너쇼와 효 콘서트 등도 할 거예요.”(신희선)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