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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삼성-LG 특허 분쟁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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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작년 4월5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을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빼돌린 혐의였다. 삼성은 즉각 “LG가 뒤처진 기술력을 만회하기 위해 우리 인력을 빼내간 사실이 밝혀졌으니 공식 사과하라”고 엄포를 놨다. LG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기술을 훔친 적도 없고, 그동안 삼성으로 건너간 우리 연구원이 더 많다”며 “적반하장을 멈추라”고 쏴붙였다.

    두 회사의 설전(舌戰)은 석 달 뒤 그대로 반복됐다. 이번엔 검찰이 멍석을 깔아줬다. 삼성·LG의 전·현직 연구원 11명을 기술 유출 혐의 등으로 기소하자 양사는 또다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로 날을 세웠다. 싸움은 이내 민사소송으로 확대됐다.

    작년 9월 삼성이 LG를 상대로 기술 사용금지 가처분을 내자 LG는 특허 침해 금지 소송으로 맞섰다. 올 1월까지 장군멍군을 하며 6건의 민사소송을 주고받았다. 여론전도 이어나갔다. LG는 “먼저 때린 건 삼성”이라고 주장했고, 삼성은 “시비를 먼저 건 쪽은 LG”라는 논리를 폈다.

    그랬던 분위기가 올 들어 확 바뀌었다. 지식경제부가 중재에 나서면서부터다. 지난달 21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결자해지한다면 협상할 수 있다”고 먼저 손을 내밀었고,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건설적인 방향으로 풀어가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4일엔 두 사람이 만나 “화해하자”고 뜻을 모았고 1주일 뒤인 12일 삼성이 4건의 소송 중 일단 가처분 소송부터 취하했다. LG도 13일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회사는 나아가 특허 공유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과 LG의 자존심 대결은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OLED 기술력을 한층 성숙시켰다. 그래도 대기업 간 밥그릇 싸움이라거나 불필요한 소모전이었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대화로 풀 수도 있는 일들을 무조건 법정으로 가져가고 상대방을 적으로 몰아붙이는 행태도 볼썽사나웠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엔저(低) 덕분에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고,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했다. 1년을 끈 국내 간판 기업들의 ‘집안 싸움’에서 깨달아야 할 교훈이다.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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