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LG화학 사장 "中 유화업체 추격 빨라져…고부가 제품으로 경쟁우위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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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LG화학
올 투자 2조1200억원
파주공장 유리기판 라인 증설…정보전자소재 7400억원 투입
신흥시장 진출 확대
카자흐스탄 유화단지 내년 첫 삽…2016년 하반기 에틸렌 등 생산
올 투자 2조1200억원
파주공장 유리기판 라인 증설…정보전자소재 7400억원 투입
신흥시장 진출 확대
카자흐스탄 유화단지 내년 첫 삽…2016년 하반기 에틸렌 등 생산
“기술 기반의 선도형 사업을 적극 육성하겠습니다. 석유화학 부문은 기능성 수지와 친환경 합성고무 사업을 확대하고, 정보전자소재 부문에서는 디스플레이 소재를 강화해 차별화 전략을 꾀할 생각입니다.”
박진수 LG화학 사장(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한경 BIZ Insight와 인터뷰를 갖고 “중국 및 중동 지역 석유화학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만큼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료 조달 비용을 낮추고 신흥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 경쟁사들을 따돌린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박 사장은 서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생산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취임 일성으로 ‘백척간두 갱진일보(百尺竿頭 更進一步)’를 강조했습니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합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 어려운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도 환경이 만만치 않습니다. 백척 높이의 장대 위에서 한 발을 다시 내딛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싶어서 그 말을 썼습니다. 중국과 중동 경쟁사들이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는데, 미국과 유럽 경기는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부가가치가 높은 고기능성 제품으로 차별화해야 합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선도형 사업을 키우자고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선도형 제품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유화 부문에서는 흡수성이 좋은 수지인 SAP와 기능성 타이어에 사용되는 합성고무인 SSBR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투자를 늘려 기술력을 더 높일 생각입니다. 전남 여수와 충남 대산 공장의 생산 라인도 올해 늘릴 계획입니다. EVA로 부르는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생산 설비도 새로 만듭니다. 쌀알 모양의 투명한 알갱이인 EVA는 코팅필름이나 태양전지용 시트, 접착제 등에 쓰이는데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의 제품입니다.”
▷올해 투자계획을 보면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들어가는 유리기판 부문의 비중이 높습니다.
“올해 총 투자액 2조1200억원 가운데 생산라인 신·증설에 1조3600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신규 투자분 중 절반이 넘는 7400억원은 유리기판을 비롯한 정보전자소재에 들어갑니다. 상반기 중 경기 파주공장에 유리기판 라인 1~2개를 추가로 착공합니다. 생산 안정화로 수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정보전자 소재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3D TV에 들어가는 편광판과 FPR(필름패턴편광) 사업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등의 터치패널에 쓰이는 ITO(인듐산화전극) 필름 사업도 확대해 새로운 먹거리로 키울 생각입니다. 정보전자 소재 부문은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익률이 높은 고부가가치 사업입니다.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8.1%였는데 정보전자 소재는 12.6%나 됐어요.”
▷중국발(發) 수요 감소 충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7.8% 성장했습니다. 올해는 8%대로 예상하고 있는데 과거 두자릿수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높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유화 제품의 자급률도 올라가고 있어요. 하지만 중국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유화 제품의 수입 물량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8% 안팎의 경제 성장률을 감안하면 충분한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중국의 수요 감소가 우려할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추진 중인 석유화학단지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현지 국영기업과 합작회사 설립을 마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괄도급방식(EPC)으로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올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초 첫 삽을 뜨게 됩니다. 오는 2016년 하반기 공장을 완공해 에틸렌 등을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 유화업체들은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만드는데, 중동 업체들은 주로 에탄을 원료로 씁니다. 에탄은 천연가스에서 얻는데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면서 중동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습니다. 카자흐스탄 공장은 에탄을 쓰기 때문에 셰일가스 충격을 피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동차용 전지 사업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합니다.
“미국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미래 자동차 시장의 방향은 전기차가 맞다고 봅니다. 미시간주에 있는 홀랜드 공장은 조업률은 낮지만 수요가 늘어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행히 하이브리드형인 HEV와 플러그로 충전하는 방식인 PHEV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독일 등 해외 자동차업체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죠. 올해 HEV와 PHEV 부문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미 10여군데 납품업체도 확보해 놨습니다.”
▷연초 미국 보잉사의 B787 기종에서 배터리팩 화재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리튬이온 전지의 안전성이 다시 이슈가 됐는데요.
“리튬이온 전지가 개발된 것이 1991년이니까 20년이 넘었습니다. 안전성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볼 수 있어요. 전지 제조사나 가전 회사들도 제품 설계단계에서부터 배터리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한다고 들었습니다.
“본사는 물론이고 지방 공장에 수시로 내려가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업무 외에 직원들의 개인적인 고민 상담도 많이 해줍니다. 제 방을 찾아온 직원들이 나갈 때 제가 일일이 문 앞까지 배웅합니다. 인연을 끊고 쫓아낸다는 뜻의 ‘파문(破門)’이란 말을 영어로 ‘excommunication(엑스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더군요. 조직뿐 아니라 인간으로 살면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LG화학을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까.
“우리가 주로 만드는 제품은 완성품에 들어가는 중간재나 소재, 부품들입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주요 제조업체들이 LG화학의 고객이죠. 그들이 부품이나 소재와 관련해 고민이 있을 때 LG화학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회사의 공식 캐치프레이즈를 ‘솔루션 파트너’라고 정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박진수 LG화학 사장(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한경 BIZ Insight와 인터뷰를 갖고 “중국 및 중동 지역 석유화학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만큼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료 조달 비용을 낮추고 신흥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 경쟁사들을 따돌린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박 사장은 서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생산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취임 일성으로 ‘백척간두 갱진일보(百尺竿頭 更進一步)’를 강조했습니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합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 어려운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도 환경이 만만치 않습니다. 백척 높이의 장대 위에서 한 발을 다시 내딛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싶어서 그 말을 썼습니다. 중국과 중동 경쟁사들이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는데, 미국과 유럽 경기는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부가가치가 높은 고기능성 제품으로 차별화해야 합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선도형 사업을 키우자고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선도형 제품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유화 부문에서는 흡수성이 좋은 수지인 SAP와 기능성 타이어에 사용되는 합성고무인 SSBR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투자를 늘려 기술력을 더 높일 생각입니다. 전남 여수와 충남 대산 공장의 생산 라인도 올해 늘릴 계획입니다. EVA로 부르는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생산 설비도 새로 만듭니다. 쌀알 모양의 투명한 알갱이인 EVA는 코팅필름이나 태양전지용 시트, 접착제 등에 쓰이는데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의 제품입니다.”
▷올해 투자계획을 보면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들어가는 유리기판 부문의 비중이 높습니다.
“올해 총 투자액 2조1200억원 가운데 생산라인 신·증설에 1조3600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신규 투자분 중 절반이 넘는 7400억원은 유리기판을 비롯한 정보전자소재에 들어갑니다. 상반기 중 경기 파주공장에 유리기판 라인 1~2개를 추가로 착공합니다. 생산 안정화로 수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정보전자 소재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3D TV에 들어가는 편광판과 FPR(필름패턴편광) 사업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등의 터치패널에 쓰이는 ITO(인듐산화전극) 필름 사업도 확대해 새로운 먹거리로 키울 생각입니다. 정보전자 소재 부문은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익률이 높은 고부가가치 사업입니다.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8.1%였는데 정보전자 소재는 12.6%나 됐어요.”
▷중국발(發) 수요 감소 충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7.8% 성장했습니다. 올해는 8%대로 예상하고 있는데 과거 두자릿수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높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유화 제품의 자급률도 올라가고 있어요. 하지만 중국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유화 제품의 수입 물량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8% 안팎의 경제 성장률을 감안하면 충분한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중국의 수요 감소가 우려할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추진 중인 석유화학단지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현지 국영기업과 합작회사 설립을 마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괄도급방식(EPC)으로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올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초 첫 삽을 뜨게 됩니다. 오는 2016년 하반기 공장을 완공해 에틸렌 등을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 유화업체들은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만드는데, 중동 업체들은 주로 에탄을 원료로 씁니다. 에탄은 천연가스에서 얻는데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면서 중동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습니다. 카자흐스탄 공장은 에탄을 쓰기 때문에 셰일가스 충격을 피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동차용 전지 사업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합니다.
“미국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미래 자동차 시장의 방향은 전기차가 맞다고 봅니다. 미시간주에 있는 홀랜드 공장은 조업률은 낮지만 수요가 늘어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행히 하이브리드형인 HEV와 플러그로 충전하는 방식인 PHEV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독일 등 해외 자동차업체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죠. 올해 HEV와 PHEV 부문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미 10여군데 납품업체도 확보해 놨습니다.”
▷연초 미국 보잉사의 B787 기종에서 배터리팩 화재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리튬이온 전지의 안전성이 다시 이슈가 됐는데요.
“리튬이온 전지가 개발된 것이 1991년이니까 20년이 넘었습니다. 안전성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볼 수 있어요. 전지 제조사나 가전 회사들도 제품 설계단계에서부터 배터리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한다고 들었습니다.
“본사는 물론이고 지방 공장에 수시로 내려가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업무 외에 직원들의 개인적인 고민 상담도 많이 해줍니다. 제 방을 찾아온 직원들이 나갈 때 제가 일일이 문 앞까지 배웅합니다. 인연을 끊고 쫓아낸다는 뜻의 ‘파문(破門)’이란 말을 영어로 ‘excommunication(엑스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더군요. 조직뿐 아니라 인간으로 살면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LG화학을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까.
“우리가 주로 만드는 제품은 완성품에 들어가는 중간재나 소재, 부품들입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주요 제조업체들이 LG화학의 고객이죠. 그들이 부품이나 소재와 관련해 고민이 있을 때 LG화학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회사의 공식 캐치프레이즈를 ‘솔루션 파트너’라고 정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