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전화번호 넘쳐도 날 아는 사람 적으면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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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카페
평소 인지도·평판 관리로 나를 아는 사람 늘려야
꾸준히 덕 베풀어 부채의식 심어주는 것도 중요
평소 인지도·평판 관리로 나를 아는 사람 늘려야
꾸준히 덕 베풀어 부채의식 심어주는 것도 중요
얼마 전 한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해왔는데, 다른 친구의 연락처를 물었다. 나중에 만나서 무슨 일인가 물었더니, 스마트폰에 문제가 생겨 연락처가 모두 사라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평소 전화기 속 연락처 수백개를 자랑하던 자칭 ‘인맥의 황제’로서는 치명적인 사건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자신이 인맥 관리에 능하다는 말은 본인 주장일 뿐,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주변 사람은 많지 않은 듯했다. 이번에도 내게 연락해서 도움을 청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의외로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연락처가 많으면 인맥 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자그마한 한국 사회에서 학교 선후배, 고향 친구 등의 연락처를 갖고 있으면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연락처를 갖고 있다고 해서 인맥 관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인맥 관리를 잘 한다는 말은 크게 다음 두 가지 비율을 잘 관리한다는 말이다. 하나는 내가 아는 사람의 숫자와 나를 아는 사람의 숫자 사이의 비율이고, 또 하나는 나와 사람들 사이의 감정적 부채 비율이다. 두 비율에서 모두 내게 유리한 숫자를 갖고 있을 때 인맥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비율부터 살펴보자.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인맥을 중요시하는 것은 업무를 진행할 때에 이른바 힘있는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어서일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사람들은 기왕이면 아는 사람을 돕고 살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들이 나를 모른다면, 또는 잊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니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에 가끔 연락을 취해 근황을 묻고 내 소식을 알려서 내가 아는 사람의 숫자와 나를 아는 사람의 숫자 사이의 비율을 내게 유리하게 유지해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나의 인지도와 평판을 건강하게 유지하라는 말이다.
나중에라도 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다면 두 번째 비율인 나와 사람들 사이의 감정적 부채 비율을 소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공짜를 좋아한다지만, 빚지고 사는 것은 싫어한다.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갚으려고 하는 심리적 경향을 ‘상호성 원리’라고 한다. 그러니 평소에 덕을 베풀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게 빚을 진 듯 심리적 부채를 느끼게 해야 내가 궁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이런 상호성의 원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시식행사를 이용한 음식판매다. 공짜로 음식을 나눠주며 먹어보라는 유혹 앞에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한두 번은 편하게 음식을 먹더라도, 시식대 앞에 서서 배부를 때까지 음식을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한 봉지 사고 나서야 비로소 당당하게 몇 점 더 먹고 그 자리를 떠나는 게 일반적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한 보험영업인은 해마다 명절이면 필자에게 선물을 보낸다. 추가로 보험을 더 들어 달라는 부탁도 없이 그렇게 안부인사와 선물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늘 부채의식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인들이 보험에 관심을 보이면 필자는 자연스레 그 보험영업인을 소개한다. 그제야 몇 년간 받았던 선물에 대한 빚을 탕감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필자는 가끔 친구들로부터 교회나 자선단체를 위해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부탁 말미에는 늘 예산이 부족한데 차비 정도만 주어도 괜찮겠느냐는 수줍은 고백이 따라온다. 필자는 자비로 이동해갈 테니 그 돈은 당일 행사비에 보태 쓰라고 당부한다. 어차피 비용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곳에서 요청하는 것이니 도와주고 말고는 온전히 필자의 몫이다. 돈을 받지 않는 것은 좋은 취지의 행사에 참여한다는 ‘재능 기부’의 의미도 있겠지만, 인맥 관리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단 몇 푼이라도 필자에게 돈을 주고 나면 상대방은 부채의식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러면 필자는 두 번째 비율에서 득점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드는 절호의 기회를 차비 때문에 날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정보 유통이 공기의 흐름만큼이나 자유로워질수록, 우리는 더욱 자신의 평판과 인맥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인맥 관리는 베푸는 삶을 사는 것이다. ‘베푸는 것이 남는 삶’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되기 어렵지만, 실천하고 나면 그 효과를 인정하게 되는 삶의 원리다.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건강한 빚을 지우는 사회,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이처럼 의외로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연락처가 많으면 인맥 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자그마한 한국 사회에서 학교 선후배, 고향 친구 등의 연락처를 갖고 있으면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연락처를 갖고 있다고 해서 인맥 관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인맥 관리를 잘 한다는 말은 크게 다음 두 가지 비율을 잘 관리한다는 말이다. 하나는 내가 아는 사람의 숫자와 나를 아는 사람의 숫자 사이의 비율이고, 또 하나는 나와 사람들 사이의 감정적 부채 비율이다. 두 비율에서 모두 내게 유리한 숫자를 갖고 있을 때 인맥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비율부터 살펴보자.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인맥을 중요시하는 것은 업무를 진행할 때에 이른바 힘있는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어서일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사람들은 기왕이면 아는 사람을 돕고 살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들이 나를 모른다면, 또는 잊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니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에 가끔 연락을 취해 근황을 묻고 내 소식을 알려서 내가 아는 사람의 숫자와 나를 아는 사람의 숫자 사이의 비율을 내게 유리하게 유지해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나의 인지도와 평판을 건강하게 유지하라는 말이다.
나중에라도 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다면 두 번째 비율인 나와 사람들 사이의 감정적 부채 비율을 소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공짜를 좋아한다지만, 빚지고 사는 것은 싫어한다.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갚으려고 하는 심리적 경향을 ‘상호성 원리’라고 한다. 그러니 평소에 덕을 베풀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게 빚을 진 듯 심리적 부채를 느끼게 해야 내가 궁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이런 상호성의 원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시식행사를 이용한 음식판매다. 공짜로 음식을 나눠주며 먹어보라는 유혹 앞에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한두 번은 편하게 음식을 먹더라도, 시식대 앞에 서서 배부를 때까지 음식을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한 봉지 사고 나서야 비로소 당당하게 몇 점 더 먹고 그 자리를 떠나는 게 일반적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한 보험영업인은 해마다 명절이면 필자에게 선물을 보낸다. 추가로 보험을 더 들어 달라는 부탁도 없이 그렇게 안부인사와 선물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늘 부채의식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인들이 보험에 관심을 보이면 필자는 자연스레 그 보험영업인을 소개한다. 그제야 몇 년간 받았던 선물에 대한 빚을 탕감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필자는 가끔 친구들로부터 교회나 자선단체를 위해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부탁 말미에는 늘 예산이 부족한데 차비 정도만 주어도 괜찮겠느냐는 수줍은 고백이 따라온다. 필자는 자비로 이동해갈 테니 그 돈은 당일 행사비에 보태 쓰라고 당부한다. 어차피 비용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곳에서 요청하는 것이니 도와주고 말고는 온전히 필자의 몫이다. 돈을 받지 않는 것은 좋은 취지의 행사에 참여한다는 ‘재능 기부’의 의미도 있겠지만, 인맥 관리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단 몇 푼이라도 필자에게 돈을 주고 나면 상대방은 부채의식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러면 필자는 두 번째 비율에서 득점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드는 절호의 기회를 차비 때문에 날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정보 유통이 공기의 흐름만큼이나 자유로워질수록, 우리는 더욱 자신의 평판과 인맥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인맥 관리는 베푸는 삶을 사는 것이다. ‘베푸는 것이 남는 삶’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되기 어렵지만, 실천하고 나면 그 효과를 인정하게 되는 삶의 원리다.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건강한 빚을 지우는 사회,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