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증권사들 스스로가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부터 소형사까지 특화된 분야 없이 수탁 수수료란 똑같은 먹거리를 놓고 경쟁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증권사들이 특화된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위한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 현재 위기는 예고된 재앙?…"특화전략 필요"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 회계연도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의 순영업수익 중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49%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대형사는 수익의 52%, 중소형사는 49%가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나왔다.

하지만 증권사간 과도한 수수료 경쟁, 증시부진과 거래대금 위축 등으로 브로커리지 부문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화된 분야를 통한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기존 브로커리지 중심의 수익구조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신상품 개발과 적극적인 해외진출 등을 통해 수익원 다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사는 투자은행(IB)이나 자산관리 업무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강종만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IB 업무는 규모의 경제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소수 대형사에 의한 독과점이 불가피하다"며 "IB 부문을 전문화시키기 위해 위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금조달 능력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산관리는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맞춤형 업무라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대형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시키면서 디플레이션 위기를 극복해왔다"며 "국내 대형사들도 이제 막 첫 발짝을 내딛은 상태"라고 전했다.

반면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사는 브로커리지 업무 내에서도 법인을 상대로 한 도매영업이나 개인투자자를 상대로한 소매영업과 같이 타겟층을 다르게 할 수 있다"며 "업무 영역을 보다 세분화시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규제는 풀고, 유인책은 마련돼야

증권사가 특화된 생존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것은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다. NCR은 영업용 자기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NCR이 150% 미만으로 떨어지면 해당 증권사를 적기 시정조치 대상으로 분류한다. 증권사들은 NCR 규제에 따라 자본 활용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위험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반면 수익구조의 다양화를 이끌 수 있는 유인책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지난해 국회 통과가 무산됐던 IB 활성화와 대체거래소 설립 등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번에는 통과될 수 있을지부터 지켜봐야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통해 증권사들이 신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얘기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국형 IB 육성을 위해 대형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해 기업대출 관련 업무 등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 밖에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 설립,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특화에 대한 인센티브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등으로 활로를 열어준다면 증권사들간에 경쟁을 통해 우열이 가려지고 특화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정부 입장이 금융산업 육성으로 돌아서거나 실질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아직 새 정부의 태도를 파악할 만한 정책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감원 태풍'③]위기의 증권업계, 규제 풀고 유인책 내놔야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