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추구하는 인사 제도의 모토는 ‘모든 직원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자’다. 스스로 어떤 직무를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이를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공정하게 주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2013 한국 최고의 직장’에서 대상을 차지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인력 운용의 원칙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만난 민병덕 행장은 “요즘 같이 은행권의 신뢰도가 바닥이 떨어졌을 때일수록 직원들의 자긍심과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일할 맛 나는 직장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민 행장이 이처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은행이 이미 다양한 인력개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민 행장은 특히 직무인증 제도와 탤런트 페어(Talent Fair) 제도 등을 국민은행을 대표하는 인사 제도로 꼽았다.

직무인증 제도는 외환, 기업 여신, 국제금융, 신용평가 등 8개 분야에 대해 필요 역량 보유 수준 및 직무수행 능력에 따라 단계별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민 행장은 “직원들의 승진 평가 혹은 인사 발령을 낼 때 관련 인증 제도를 활용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평소 관련 업무를 적극적으로 공부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탤런트 페어는 일종의 인사 공모 제도로 도입 당시 금융권 전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6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2012 KB 탤런트 페어’를 처음 열었다. 국민은행 2만2000명의 직원 중 총 2192명이 공모 행사에 지원했다. 1, 2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1228명은 본부 각 부서가 필요로 하는 직무역량 테스트와 면접에 참가했다.

직무인증 제도와 탤런트 페어 제도가 입행 후의 인사 제도 운영 방식이라면 ‘통섭형 인재 발굴’은 국민은행의 대표적인 채용 제도다. 기존 스펙 위주의 채용을 지양하고 학력과 전공 등의 구분 없이 인문학적 소양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국민은행의 일원으로 뽑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 때부터 도입한 제도로 기존 채용 시스템을 뒤집어 엎는 것이어서 민 행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통섭형 인재 채용의 가장 큰 특징은 입사지원서에 나온 스펙 대신 인문학적 소양과 통섭 역량 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도입한 것이다. 민 행장은 “취업준비생이 일반적으로 준비해온 자격증, 봉사활동, 해외 연수 경험, 인턴 경력 등 획일적인 요소보다는 실질적인 인성과 소양 위주의 평가에 중점을 두고 합격자를 선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지원자가 어떤 책을 얼마만큼 깊이 읽었는지, 금융권 종사자로서 도덕적인 자질을 갖췄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알 수 있게 면접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