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미국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DOE)는 1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홀랜드시의 LG화학 배터리 공장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공장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비디오 게임이나 지역단체 자원봉사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부 감사팀은 작년 11월부터 3개월가량 LG화학 홀랜드공장에서 감사를 벌여왔다.

그레고리 프리드먼 DOE 감사는 “미 연방정부에서 1억5100만달러를 지원받은 LG화학 홀랜드공장이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DOE는 직원 급여보조 명목으로 LG화학에 지급했던 160만달러 중 절반인 84만2000달러를 회수했다.

미국은 2010년 7월 홀랜드공장 기공식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큰 기대를 걸었다. 당시 LG화학은 2012년 공장이 완공되면 연 6만대 분량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제너럴모터스(GM)에 납품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예상과 달리 전기차 수요가 부진하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해 GM의 전기차 볼트에 사용된 2만대 분량의 배터리는 충북 오창공장에서 만들었다.

감사보고서는 “5개로 예정됐던 생산 라인은 3개만 설치됐고 직원 수도 440명을 목표로 했지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14일 “홀랜드공장 직원들은 본격적인 생산에 대비해 설비를 정비하거나 교육을 받고 있다”며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공장에서 배터리를 동시에 생산하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창공장만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창공장의 생산을 줄여서라도 홀랜드공장을 정상 가동하라는 것이 미국 측의 주장”이라며 “어느 쪽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여서 LG화학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