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인문학 산책] '조선 최고의 경세가' 잠곡 김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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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을 사랑하고 사람을 구제하라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성현의 말'
가슴속에 하나씩 품고 살아가야
정선용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성현의 말'
가슴속에 하나씩 품고 살아가야
정선용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헌법재판소장 후보 청문회로 한바탕 시끄럽더니,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분이 자진하여 후보직에서 사퇴하기까지 했다.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이 분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개발독재시대였던 그 당시에는 집안 좋고, 재주 있고, 힘이 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해왔던 관행이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그들의 발목을 잡아 개인적으로는 패가망신하는 지경에 이르게 하고 국가적으로 국민을 앞에서 이끌고 갈 인물이 없는 불행한 시대가 되게 한 것이다.
지금의 상태로 보면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고 고위직에 임명돼 국정을 수행해 갈 만한 인물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러다가는 정말 ‘능력이 있으면서 도덕적인 인물’을 뽑아 국정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없어도 도덕적인 사람’을 뽑아 국정을 맡기게 될지도 모른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인물이 부족한 사회가 되었을까. 사회 지도층에 있었던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은 도외시한 채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했던 탓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우리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인물이 있다. 고위직에 올라 국정을 담당하기를 꿈꾸는 공직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바로 조선조 최고의 경세가였던 잠곡(潛谷) 김육(金堉·1580~1658)이다. 그의 정신은 ‘만물을 사랑하여 사람들을 구제하라’는 ‘애물제인(愛物濟人)’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가 쓴 글을 보자.
“내가 10여세 되던 때 아버지께 소학을 받아서 읽다가 ‘일명(一命)의 관원이 참으로 만물을 사랑하는 데 마음을 두고 있으면, 반드시 다른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고 한 부분에 이르러서 척연히 마음속에 감동되는 바가 있었다. 반드시 일명의 관원만이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마땅히 모두 이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만 한다. 다만 아무리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반드시 일명 이상의 관직에 있는 자라야 할 수가 있다.”
그의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의 벗 자정(子正) 이유양(李有養)이 일찍이 나에게 ‘자네는 성현들의 말 가운데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말이 있는가’라고 묻기에 ‘어렸을 적에 우연히 정자(程子)가 한 만물을 사랑하여 다른 사람을 구제하라(愛物濟人)는 말에 감동을 받아 지금까지도 이를 가슴속에 새겨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그가 말하기를 ‘나의 경우 논어에 나오는 어진 이를 보면 같이 되기를 생각하라(見賢思齊)라는 말이 참으로 좋았다’고 했다. 나는 사람마다 각자 성현들의 말에 대해 좋아하는 바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명의 관원’은 쉽게 말하면 조선 시대 종9품 벼슬이다. 오늘날 9급 공무원과 비슷하다. 잠곡이 평생 동안 반대파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백성들에게 실제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여러 가지 개혁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가슴속에 이 ‘애물제인’이란 말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잠곡이 평생 자신의 목표로 삼아 추구했던 말이다.
이 글에서 보면 잠곡은 ‘애물제인’을, 이유양은 ‘견현사제(見賢思齊)’를 가슴에 새겨두고서 실천했다. 우리가 만약 이분들처럼 성현의 말 가운데 자신에게 절실히 와 닿는 말을 하나씩 골라 이를 가슴속에 새겨두고 살아간다면 그럭저럭 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가치 있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잠곡의 이 ‘애물제인’이란 말은 공직자, 특히 힘이 있는 공직자에게 절실히 필요한 말이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판·검사, 장성 등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잠곡의 이 말을 가슴속에 새기고 실천해 나간다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도 자연 윗사람을 따라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서 업무에 임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도 다시 한 번 이 말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일에 임했으면 한다.
정선용 <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
▶원문은 한국고전번역원(itkc.or.kr)의 ‘고전포럼-고전의 향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상태로 보면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고 고위직에 임명돼 국정을 수행해 갈 만한 인물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러다가는 정말 ‘능력이 있으면서 도덕적인 인물’을 뽑아 국정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없어도 도덕적인 사람’을 뽑아 국정을 맡기게 될지도 모른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인물이 부족한 사회가 되었을까. 사회 지도층에 있었던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은 도외시한 채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했던 탓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우리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인물이 있다. 고위직에 올라 국정을 담당하기를 꿈꾸는 공직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바로 조선조 최고의 경세가였던 잠곡(潛谷) 김육(金堉·1580~1658)이다. 그의 정신은 ‘만물을 사랑하여 사람들을 구제하라’는 ‘애물제인(愛物濟人)’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가 쓴 글을 보자.
“내가 10여세 되던 때 아버지께 소학을 받아서 읽다가 ‘일명(一命)의 관원이 참으로 만물을 사랑하는 데 마음을 두고 있으면, 반드시 다른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고 한 부분에 이르러서 척연히 마음속에 감동되는 바가 있었다. 반드시 일명의 관원만이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마땅히 모두 이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만 한다. 다만 아무리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반드시 일명 이상의 관직에 있는 자라야 할 수가 있다.”
그의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의 벗 자정(子正) 이유양(李有養)이 일찍이 나에게 ‘자네는 성현들의 말 가운데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말이 있는가’라고 묻기에 ‘어렸을 적에 우연히 정자(程子)가 한 만물을 사랑하여 다른 사람을 구제하라(愛物濟人)는 말에 감동을 받아 지금까지도 이를 가슴속에 새겨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그가 말하기를 ‘나의 경우 논어에 나오는 어진 이를 보면 같이 되기를 생각하라(見賢思齊)라는 말이 참으로 좋았다’고 했다. 나는 사람마다 각자 성현들의 말에 대해 좋아하는 바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명의 관원’은 쉽게 말하면 조선 시대 종9품 벼슬이다. 오늘날 9급 공무원과 비슷하다. 잠곡이 평생 동안 반대파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백성들에게 실제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여러 가지 개혁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가슴속에 이 ‘애물제인’이란 말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잠곡이 평생 자신의 목표로 삼아 추구했던 말이다.
이 글에서 보면 잠곡은 ‘애물제인’을, 이유양은 ‘견현사제(見賢思齊)’를 가슴에 새겨두고서 실천했다. 우리가 만약 이분들처럼 성현의 말 가운데 자신에게 절실히 와 닿는 말을 하나씩 골라 이를 가슴속에 새겨두고 살아간다면 그럭저럭 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가치 있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잠곡의 이 ‘애물제인’이란 말은 공직자, 특히 힘이 있는 공직자에게 절실히 필요한 말이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판·검사, 장성 등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잠곡의 이 말을 가슴속에 새기고 실천해 나간다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도 자연 윗사람을 따라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서 업무에 임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도 다시 한 번 이 말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일에 임했으면 한다.
정선용 <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
▶원문은 한국고전번역원(itkc.or.kr)의 ‘고전포럼-고전의 향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