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2년 안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로 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카렐 데 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13일(현지시간) “EU와 미국 간 FTA를 2년 안에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오는 6월 실무협상을 시작해 2014년 말까지 타결한다는 계획이다.

미·EU의 FTA 추진에는 두 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 우선 교역 확대를 통해 부진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등 신흥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공동전선’ 구축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대 자유무역지대 탄생할 듯

미국과 EU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하면 세계 50%를 차지하고 교역 비중은 30%에 이른다. FTA가 체결되면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게 된다.

미국상공회의소는 협상 타결 시 연간 1조달러 규모인 양측의 무역이 5년 내 1200억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확대로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정부와 EU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제임스 캐머런 영국 총리도 “미국과 EU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장기적으로 양측에서 13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4590억달러에 이르는 상품 및 서비스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 양측의 관세는 낮은 수준(평균 3% 미만)이다. 그래서 협상은 비관세장벽을 없애고 산업과 서비스 분야에 적용하는 ‘규제표준’을 통일하는 작업에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 레크리에이션 차량 제조업체인 폴라리스인더스트리의 스콧 와인 최고경영자(CEO)는 “협상이 타결돼 상품 규격이나 표준이 통일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교역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견제하는 ‘게임 체인저’

휘흐트 집행위원은 “EU와 미국이 채택한 기술적·법률적 표준은 글로벌 벤치마크가 될 것”이라며 “이 점이 양국 기업들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아예 “미·EU 간 FTA가 글로벌 경제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양측 간 협상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양측은 수년간 항공기 제조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부터 호르몬 함유 소고기 등의 수입을 놓고 공방을 벌여왔다. 각종 산업의 규제표준에 대해서도 신경전을 이어왔다. 단적인 예로 미국은 가정용 전압이 110V인데 유럽은 220V다. 협상 타결 후에도 EU는 27개 회원국 정부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