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14일 오전 5시4분


“최악은 지났다.”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올해 자본시장 기상도는 ‘흐린 후 서서히 갬’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투자은행(IB) 분야에서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올해는 한결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업황 침체와 주식시장 횡보기에 수면 밑에서 숨죽여있던 대규모 자금조달 물량들이 서서히 채비를 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 시장엔 SK루브리컨츠, 현대오일뱅크 등 1조원 이상의 ‘메가딜’이 대기 중이다. 포스코STX, 두산그룹도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유상증자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SK·두산 등 자금수혈 기대

한국경제신문이 자본시장 정보 서비스인 마켓인사이트(www.marketinsight.kr) 출범 1주년을 맞아 국내외 증권사, 연기금, 회계법인, 법무법인,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대표급 6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주식자본(ECM)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27.8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지난해 얼어붙었던 IPO시장은 1조원 이상 ‘메가딜’이 줄줄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최고의 IPO 기대주로는 SK루브리컨츠가 꼽혔고 현대오일뱅크, 현대로템이 뒤를 이었다. 해외 기업의 국내 상장에 대해선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7.06%가 ‘아직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올해 주식자본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으로는 포스코와 SK, STX, 현대중공업, 두산 순으로 거론됐다. 포스코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용등급을 관리하기 위해 계열사들이 자금조달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이 밖에 현대그룹과 한진, 동양, 동부 등이 자금조달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운업 바닥, 건설은 지하로

업황별로는 올해 해운업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설문조사에서 ‘올해 신용위험이 가장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업종’으로 해운업종을 선택한 응답자는 9.69%에 그쳤다. 1년 전 같은 조사(20.0%)의 절반 수준이다.

해운업체들이 올해도 힘든 상황을 맞겠지만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서강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해운 운임은 지난해의 낮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면서도 “운임과 함께 영업수익성과 높은 상관관계를 지니는 유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건설업종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57.14%가 건설업을 올해 가장 위험한 업종으로 꼽았다. 1년 전(57.36%)과 비슷한 수준이다. 건설업종에 이어 카드·캐피털업종(12.79%)에도 적지않은 우려를 표시했다. 가계대출 부실 증가에 따른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반적인 신용스프레드 수준은 ‘확대될 것’(59.52%)이란 전망이 많았다. 우량 회사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국고채 금리와의 차이가 과도하게 축소됐다는 인식에서다. 올해 회사채시장의 양극화 전망과 관련해서는 ‘더 심해질것’이란 의견이 73.81%로 압도적이었다.

하수정/이태호/심은지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