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 전문가들은 기업공개(IPO) 시장의 지나친 수수료 경쟁이 시장 전체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또 올해부터 IPO 주관사의 공모주 일부 인수가 제도화되면 증권사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켓인사이트 1주년을 맞아 IB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5.29%가 ‘현재 IPO 수수료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고 응답했다. IPO 수수료는 통상 공모금액의 0.7~5% 안에서 정해진다. 최악의 IPO 가뭄을 겪었던 지난해의 경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IPO 건수는 28건, 금액(공모가 기준)은 1조93억여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30여개의 증권사가 지난 1년간 500억원 안팎의 수수료를 두고 IPO 시장에서 경쟁을 벌인 셈”이라며 “증권사들의 지나친 수수료 인하 경쟁이 IPO 자문의 질을 떨어트리고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 역시 무조건적으로 수수료가 낮은 증권사를 선호하기보다는 충분한 인원과 시간을 투입해 IPO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모주 물량의 3%(금액 10억원 한도)를 IPO 대표주관사가 인수하도록 금융위원회가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증권사 IPO 분야 임원은 “공모주 의무인수제가 도입되면 경험이 풍부하고 기업실사 능력이 뛰어난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책임있는 IPO 주관업무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차별화가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주식연계채권(ELB)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환사채(CB) 등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아 침체될 것’이라는 응답이 47%으로 가장 많았다. 독립형 워런트(신주인수권)에 대해서는 긍정적 의견과 부정적 의견이 교차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지분 강화 및 증여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부정적 측면으로는 워런트의 투기성격 때문에 투자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